헬조선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387395&cid=42384&categoryId=42384

 

 

어떻게 일본 과학은 노벨상을 탔는가

노벨상이라는 창문을 통해 일본의 과학 전통 들여다보기

 

2008년 10월 7일 저녁에서 8일 아침에 걸쳐, 일본의 신문과 방송은 두 가지 화려한 뉴스로 뒤덮였다. 그 하나는, 홈런왕으로 유명한 야구 영웅 오 사다하루(왕정치)가 감독직을 물러난다는 소식을 전하는 동시에, 선수로서 그리고 감독으로서 보낸 그의 야구 인생을 조명한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일본의 물리학자들이 2008년도 노벨 물리학상 부문을 독점했다는 뉴스였다. 정확히 따지면 세 명의 수상자 중 한 명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일본계 미국인이었지만,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교육을 받은 과학자들로 그해의 노벨 물리학상을 가득 채운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일본의 대중 매체는, 한 명의 야구 영웅의 시대가 저물어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동시에 세 명의 과학 영웅이 등장한 것을 열광적으로 반겼다. 게다가 이러한 열광이 식기도 전에, 이번에는 노벨 화학상 부문에도 일본 과학자가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일본의 신문과 방송은 과학 영웅의 리스트에 한 명을 더 추가했다. 한편 바다 건너 한국의 대중 매체는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입맛을 다셨다.

노벨상의 과학 분야에서 열 명 이상의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의 저력을 부러워하기도 했고,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우리의 상황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러한 논조 속에는, 마치 '야구에서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은 것처럼 과학에서도 하루 빨리 일본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갈망이 묻어 나왔다. 그러나 2008년도까지 열 명을 조금 넘긴 일본 출신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는, 오히려 일본의 연구 전통이나 규모를 생각해 볼 때 많은 숫자가 아닐지도 모른다.

일본인 과학자가 처음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1949년의 일이지만, 이미 1901년, 즉 노벨상이 시상되던 첫해부터 노벨상 후보로 추천된 일본인 과학자는 존재했다. 그리고 노벨상 위원회는 1907년도분 후보자에 대해 일본 과학자에게 추천 의뢰를 발송하기도 했다. 노벨상이라는 새로운 잣대가 탄생하던 시절부터 이미 일본 과학자들은 국제적인 무대에서 활약했던 것이다.

이 책은, 노벨상이라는 창문을 통해 일본에서 과학 연구 전통이 형성되어 온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하듯이, 일본의 과학 연구 전통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근시안적으로 현재만을 바라보면서 왜 일본은 한꺼번에 여러 명의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수상하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하는가를 투덜거릴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는 어떠한 과정을 통해 과학자 집단이 성장해 왔고 연구 전통이 만들어져 왔는지를 살펴보는 편이 훨씬 더 유익할 것이다.

한편, 여기서 굳이 '창문'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그 창문 너머에 있으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노벨상만으로 연구 전통 전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은 과학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따라서 산봉우리만을 가지고 산맥을 이해할 수 없듯이 노벨상만을 가지고 과학 연구의 폭과 깊이를 음미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 책의 2장에서 노벨상을 받지 못한 과학자들의 연구와 인생을 소개하는 것은 이러한 까닭에서이다. 즉, 높이 솟은 산봉우리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비해 눈에 덜 띄는 산중턱과 골짜기에도 눈길을 돌림으로써 산맥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지형도를 그려 보고자 한다. 물론 이러한 지형은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과학'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의 대부분은 주로 서유럽에서 수 세기에 걸쳐 만들어졌으며, 이후 이것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일종의 표준이 되었다.

일본은 외부로부터 주어진 이 표준을 비교적 빨리 자신들의 표준으로 받아들였고, 이러한 과정이 유럽 문명권에 속하지 않는 지역으로서는 가장 빨리 '선진국'이라는 이름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배경에 자리 잡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수백 년이나 뒤쳐져 있던 일본이 수십 년 만에 서구를 따라잡았다고 하는 '기적'이나 '신화'는 아니다. 일본 근대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메이지() 유신이 이루어진 것은 1868년이었다.

그런데 코페르니쿠스가 태양 중심의 우주를 제시한 『천구의 운동에 대해서』가 출판된 것이 1543년, 뉴턴이 천체의 운동을 비롯한 역학의 법칙을 제시한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가 출판된 것은 1687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본이 과학 분야에서 서구에 비해 200~300년 정도 뒤처져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학사학자 히로시게 데쓰()는 "일본이 제도화된 과학을 받아들인 것은 기껏해야 수십 년 늦었을 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서구에서도 과학이 현재와 같은 모습을 형성하는 것은 19세기, 즉 일본이 과학 활동에 본격적으로 참가하는 시기로부터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19세기는 대학이 과학 연구를 행하는 공간이 되고, 과학자가 연구를 하는 직업인이 되고, 이로부터 나온 연구 성과가 본격적으로 기술 및 산업, 더 나아가 국가의 경제력 및 군사력으로 이어지는 시기였다. 심지어 영어의 '과학자(scientist)'라는 단어가 생겨나는 것도 19세기의 일이다.

즉, 코페르니쿠스나 뉴턴의 연구 업적은 지금도 과학 교과서에 뚜렷한 흔적을 남기고 있지만, 그들이 살았던 당시의 과학은 19세기 이후의 과학과는 무척이나 이질적인 것이었던 셈이다. 이렇듯 서구 과학이 새로운 모습으로 자리 잡아 가던 19세기에, 일본은 서구로부터 지식의 완성품뿐만 아니라 그러한 지식을 만드는 생산방법까지 도입하고자 했다. 즉, 과학을 '공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에도 참가하고자 했던 것이다.

공부란 이미 주어진 답을 이해하거나 정답에 빨리 도달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지만, 연구란 아직 정답이 주어져 있지 않은 문제에 도전하는 것이다. 아니, 심지어는 무엇이 문제인지까지를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아직 답을 모르는 탓에 그 답을 얻는 과정에는 수많은 실패의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 게다가 일단 답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아직 모범답안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그 답이 타당한 것인지를 신중하게 확인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연구'라고 하면 화려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적지 않은 경우 이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고된 노동인 것이다.

이렇듯 과학 연구가 지식을 생산하는 작업이라고 이해한다면, 과학 활동이 수행되고 있는 장소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흔히 보편적 과학 법칙이란 장소와는 무관하게 어디서나 성립하는 것이다. 런던에서 성립하는 물리 법칙이 서울에서 성립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파리와 대전의 이산화탄소가 서로 다른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식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생각한다면, 연구가 어디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 이유 중 하나로는, 지식을 생산하는 기술은 어깨 너머로 배울 수는 있는 것이나 좀처럼 제 발로 바다를 건너기는 힘들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책이나 논문만으로는 배우기 힘든 중요한 연구의 노하우가 스승에게서 제자로, 선배에게서 후배로, 그리고 동료 사이로, 제한된 범위에서만 전수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것이다. 또한 연구를 하는 데 필요한 실험 장치나 연구비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책에서도 살펴볼 바와 같이, 과학자들이 보다 좋은 연구 환경을 찾아 여러 나라로 자리를 옮겨 다니는 것은 이러한 사정과 관련이 없지 않으리라. 또 하나의 이유는 만들어진 제품에 대한 평가 기준과 관련되어 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연구자나 연구 기관은 오랜 기간에 걸쳐 업적을 쌓아 온 저명한 과학자나 유명한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을 수 있다. 노벨상과 관련해서 이야기하자면, 중요한 연구 거점에는 보다 높은 빈도로 노벨상 후보 추천 의뢰가 도착하며, 추천을 의뢰받은 과학자는 일반적으로 자국 혹은 같은 연구 기관의 동료를 추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즉, 주변에 노벨상 수상자가 있는 쪽이 노벨상을 받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생각해 보아도 연구가 '어디서' 이루어지는가는 무시하기 힘든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지리적 위치 관계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국제적인 역학 관계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같은 나라 안에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은 존재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오랜 기간 동안 도쿄와 교토가 과학 연구의 중심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2008년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중 두 명이 나고야 대학 출신이고, 같은 해에 화학상을 수상한 시모무라 오사무의 경우 나고야 대학에서 연구를 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01년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노요리 료지가 나고야 대학 교수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나고야 대학이 상당한 연구 역량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 도쿄와 교토, 그리고 나고야 지역 이외에도, 일본에는 삿포로, 센다이, 쓰쿠바, 오사카, 히로시마, 후쿠오카 등 전국에 걸쳐 연구 거점이 형성되어 왔고, 이러한 각 거점을 중심으로 유능한 연구자들이 성과를 축적해 왔다. 거의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해 있는 우리의 편견을 바탕으로 일본 각지의 오랜 전통을 지닌 명문 대학들을 '지방대학'이라고 폄하해서는 결코 일본의 연구 저력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나고야 대학.

나고야 대학.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이 책에서는 노벨상이라는 창문을 통해 일본의 연구 전통이 형성되어 온 역사 과정을 살펴보되, 주로 과학자들 및 그들의 연구가 지리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어떻게 배치되어 왔는가를 시야에 넣고서 이야기를 풀어 가고자 한다. 그러한 까닭에 이 책은 노벨상 수상자들의 열전이 아니며, 각 과학자들은 반드시 태어난 해나 노벨상을 수상한 연도순으로 등장하지도 않는다. 또한 이 책은 일본 사회의 맥락에서 과학 연구가 어떤 의미를 지녀 왔는가를 살펴보는 데 주안점을 두는 까닭에 노벨상의 과학 분야 각 부문인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이라는 틀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지도 않으며, 반대로 노벨상을 수상하지 않은 과학자들도 다수 등장한다.

한편, 2008년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난부 요이치로는 일본계 미국인이나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과학자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본 현대 과학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판단하여 그를 포함시켰다. 이러한 이야기 전개 방식에 다소 혼란을 느낄 독자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 책의 목적이 노벨상 수상자들을 영웅시하거나 그들의 업적을 신화화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떠한 삶과 어떠한 고민을 통해서 노벨상에 도달하는 업적을 남길 수 있었는가를 살펴보는 데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이해해 주기 바란다.

영웅적인 인물의 성공 신화는 감동을 줄 수는 있으나 교훈을 주기는 힘들다. 전설이나 신화에는 평범한 우리들이 따라하거나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뛰어난 인물들의 업적을 통해 우리가 보다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들을 보다 가까이 접하면서 그들의 땀과 눈물의 냄새를 맡아 보는 것이 보다 유리할 것이다. 반드시 이러한 이유에서는 아니지만, 이 책의 등장인물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경칭은 생략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노벨상이라는 창문을 통해 일본의 과학 전통 들여다보기 (어떻게 일본 과학은 노벨상을 탔는가, 2010. 1. 28., ㈜살림출판사)

 






  • 위천하계
    16.04.20

    오타쿠 처럼 자기 분야를 연구하는 문화가 니혼국의 장점 아닌가.

     

    서양과학을 들여오기 전에도, 칼만드는 장인, 자동인형 만드는 장인 등등..

    어떤 분야에 마스터가 되는 것을 좋게보는 분위기가 있는듯.

     

    헬센은 어떤가...  비슷한 노벨상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생각나네

     

    "오타쿠 처럼 해서 노벨상 받느니, 평범하고 정상적인 일반인 으로 살겠다"  ㅋㅋㅋ

     

    (있지도 않은) 일반인, 정상인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헬센진을 하향 평준화시키는듯.

    그리고 그런 개념들은 (유전자, 혹은 문화적으로) 주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

    평범하지 않은 개체들만 지속적으로 절멸됨 -> 이거 말고 헬센의 하향평준화 문화가 왜 생겼는지 설명할 방법이 있나?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조회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공지 헬조선 관련 게시글을 올려주세요 73 new 헬조선 9188 0 2015.09.21
24010 총선 흙수저 후보 해명글 1 newfile 잭잭 360 4 2016.03.28
24009 한국 사회는 병영 사회입니다 6 new sddsadsa 360 6 2016.01.06
24008 헬조선이 핵융합 기술을 주도하는게 사실이냐? 5 new ㅋㅋㅋ 360 0 2016.01.03
24007 이 씨발같은 나라 노예들은 좌파가 뭔지 알고나 있는건지 모르겠다. 4 new 조세니스탄 360 5 2015.11.05
24006 흔한 헬조선의 일상. 9 newfile rob 360 3 2015.10.27
24005 피해자를 욕하는게 헬조센정서 7 new 플라즈마스타 360 7 2015.10.25
24004 그나마 사법정의가 살아있어서 살맛난다 3 newfile 헬로헬로 360 5 2015.10.14
24003 너무 무례한 인간들이 많지요.. 4 new 진정한애국이란 360 1 2015.10.02
24002 와 이제는 주말에 아프면 안되겠다 6 newfile 트리플횡령 360 5 2015.09.21
24001 불의에 맟서는 보수와 가난한자를 위한 진보 4 new 염락제 360 5 2015.09.04
24000 헬조선이 헬조선인 이유...... 4 new 지옥소년 360 4 2015.08.02
23999 한국의 낮은 취업률의 원인 10 new 무소유 359 7 2017.10.27
23998 탈조선(이민)을 하고 싶으신 이유가 무슨 이유 때문이신가요? 26 new 가자가자가자 359 5 2017.10.23
23997 존나 슬픈소식 하나 전해주마. 13 new 교착상태 359 5 2017.05.26
23996 내가 정말 이말하면 개씨발놈이고 부끄럽긴 하면서도 9 new 노호호호력 359 7 2016.12.28
23995 야 이 병신들아 중국이 가장 취약해 이 병신들아. 4 new john 359 8 2016.11.18
23994 헬조선 에서는 머리도 머리지만 힘도 키우세요 ...... 8 new 레임드 359 6 2016.08.25
23993 윤서인 근황... 4 newfile 잭잭 359 5 2016.06.24
23992 사람을 기계부속품처럼 보는 국가는 없을듯 3 new 이거레알 359 7 2016.05.31
23991 강제 징용 조선인 탄광 노동은 가혹 했습니다. 13 new 교착상태 359 7 201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