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C767E102-89B6-4AF4-8354-55CB4C87E59E.jpeg

 

 

"신라 이후 1500년, 왕조는 바뀌어도 지배 엘리트는 동질했다"

 

‘신라에서 고려를 거쳐 조선까지, 왕조의 성씨가 바뀜에 따라 사회를 주도한 세력들도 달라졌다’는 것은 한국사에서 오래 전해 내려온 상식이다. 스위스 출신 세계적인 한국학자 마르티나 도이힐러 런던대 명예교수(84·사진)는 사뭇 다른 견해를 밝힌다. 5세기부터 19세기 후반까지 1500년간 한국 사회를 이끌어 온 지배집단은 사실상 동질적이었다는 것이다.

그가 이토록 대담한 주장을 펴는 까닭은 씨족이나 족, 겨레 등으로 불리는 ‘출계집단(出系集團·descent group)’의 존재 때문이다. 출계집단은 “공동의 조상으로부터 혈통을 추적하는 친척의 집합체”를 뜻하는데, 이들은 줄곧 한국 엘리트 사회의 기본 단위를 구성했다. 양반, 사족 등 명칭이 어떠하든 엘리트층은 스스로를 자신의 출생 배경, 조상을 통해 정의했다. ‘친족 이데올로기’는 신라 시대 골품제가 등장한 4~5세기 무렵부터 조선 후기인 19세기 말까지 한국 정치·사회를 규정했다는 것이 도이힐러의 시각이다.

도이힐러가 최근 신작 <조상의 눈 아래에서>(너머북스)의 번역 출간을 계기로 한국을 찾았다. 이 책은 그가 50년간 매달려 온 한국사 연구를 집대성한 것으로, 2015년 하버드대 출판부에서 출간됐다. 각주를 포함해 1000쪽에 달하는데, 한국 전통사회 엘리트 집단의 원형을 포함해 사회사 측면에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는다.

지난 20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한국 역사를 보면 사회적 배경이 정치적 성취보다 중요했다”며 “왕조가 교체돼도 엘리트 집단의 기본 이데올로기는 사실상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도입한 과거제나 ‘신유학’도 위계질서를 허무는 데 실패했다고 본다. “(중국과 달리) 조선에서는 양반에 속하지 않으면 과거 시험에 응시할 수 없었습니다. 엘리트와 비엘리트의 구별이 매우 심했던 것이죠. 엘리트가 유교를 받아들인 것도 출계집단을 부계로 제한시켜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엘리트가 이렇게 뿌리내린 사회는 세계에도 별로 없습니다.”

그의 관점은 신진사대부가 조선을 건국했다고 보는 한국사학계의 ‘정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도이힐러는 이날 “이기백 교수 등이 조선 초기 시골 출신 향리 후손들이 시험을 거쳐 등용되면서 새로운 계층이 나타났다고 봤지만, 실제로 여말과 선초의 엘리트는 똑같은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고려의 세족이 조선의 사족으로 바뀌었을 따름”이라는 것이다.

도이힐러는 엘리트 집단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방대한 자료조사를 벌였다. 안동과 남원 지역을 방문해 문중이나 양반 후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는 책에서 “엘리트층은 유교의 특정한 교의, 특히 남계친 중심의 의례적 의식과 승계의 원리를 취사선택하여, 출생과 출계에 기초한 자신들의 귀족적 특권을 강조하고 엘리트 출계집단의 성원권을 제한했다”며 “한국식으로 해석된 유교는 사회적 차별을 완화시키기보다는 강화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문중’이라는 독특한 ‘비공식 집단’에 대해 “부계사회에서는 장자가 의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경제적으로도 많이 상속하게 된다”며 “과거의 양계적 관념에 따라 형제간 평등을 지향하는 문중을 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이힐러는 해외 한국학 1세대 연구자였던 고 에드워드 와그너 하버드대 교수의 제자로, 존 덩컨(UCLA), 고 김자현(컬럼비아대) 등과 더불어 대표적 2세대 한국학자로 꼽힌다. 1960년대 서울대 규장각에 유학했던 최초의 외국인 중 한 명인 그는 “한국학자가 많아졌지만 마을(현장)보다는 도서관에서 자료를 들여다보는 ‘암체어 스칼라’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 아쉽다”고도 말했다.

 

https://v.kakao.com/v/20181122205333827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정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공지 헬조선 관련 게시글을 올려주세요 73 new 헬조선 9193 0 2015.09.21
27896 이쯤은 되야 참보수지.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 new John 20 1 2024.03.15
27895 보지 팔아서 10년 3억따리 모지기 갚으려면 몇 번 박혀야 될까나. 초식남과 초식녀가 되어야 하는 이유. new John 19 1 2024.03.15
27894 조국당 바람 불자…야권 지지층 '키보드 내전' 이라고 틀딱 새끼덜 개지랄. 1 newfile John 17 1 2024.03.15
27893 이젠 한국에서 노인도 군대가야 하는 세상에 왔다 new 노인 16 0 2024.03.15
27892 이스라엘 물가 vs 팔레스타인 물가 new 노인 10 0 2024.03.15
27891 결혼조차도 자유의지라는 개수작이 저출산의 원흉이지. 저출산의 원인=상무정신의 결여. new John 56 1 2024.03.15
27890 예체능 박사 역대최다, 떡락 준비중. 1 newfile John 24 1 2024.03.15
27889 성인병 걸렸을 때에 단백질 쳐 먹으라는 개새끼덜이 돌팔이들이다. newfile John 28 0 2024.03.14
27888 헬쥬신보다 월등하게 싼 러시아 물가. 1 newfile John 29 2 2024.03.14
27887 공산주의, 자본주의, 파시스트 그딴 건 없다. new John 17 1 2024.03.14
27886 헬쥬신의 미래, 똥푸산의 현실. new John 21 2 2024.03.14
27885 인구도 국력 맞는데 우크 난민을 미국이 수용하지 않는게 더 비정상이지. 1 new John 16 1 2024.03.14
27884 바이든이 이길려면 텍사스에만 우크라이민 200만 마리 박아야 됨. 1 newfile John 22 1 2024.03.14
27883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뿌리는 같은 것이다. new John 23 0 2024.03.13
27882 이게 헬쥬신의 현실이지. newfile John 35 0 2024.03.13
27881 보지가 얼마나 미련한지를 보여주는 노래 Penelope newfile John 24 0 2024.03.13
27880 뒤로는 비트코인 사재기 해놓고서는 앞으로는 구걸하는 거짓말장이 사기꾼 씨발새끼. 젤렌스키. new John 23 0 2024.03.13
27879 생각보다 너무 막강한 남한 내 중국의 영향력 1 new 노인 21 0 2024.03.13
27878 몽골제국과 마찬가지로 앵글로색슨 백인 중심의 신인종주의 신분제로 간다고 나는 이미 예견했었음. newfile John 36 1 2024.03.13
27877 헬쥬신의 인종 차별. 2 newfile John 34 1 2024.03.13
1 - 14 - 1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