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1.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

- 사실 이게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원래 민중들은 일단 등 따숩고 배 부르면 그 외의 불만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어쨌거나 독재자인 박정희나 전두환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 시절에 대한 지금 반인반신교 신도들이 거의 신앙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는 이유가 바로 그 시절엔 어쨌거나 제대로 된 직장 잡기가 그렇게까지 어렵진 않았고, 직장 하나 번듯하게 잡으면 결혼하고 애 낳고 집 사고 이런 상급 노예의 삶을 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물론 이것도 파고들면 전태일이라거나 하급 노예의 삶은 여전히 헬조선이었지만, 여기서의 맥락은 그게 아니니까 생략한다) 그 시절은 경제가 급성장하던 시기였고, 당장 먹고 살기는 어려웠지만 확실히 노오오오오력을 하면 하급 노예가 상급 노예 내지 지배계급의 말단 정도에 끼일 정도의 가능성이 그렇게 없지는 않았다. 즉 현시창이지만 아름다운 미래, 밝은 내일이 기다리던 그런 시절이었단 말이다.


? 근데 지금은 어떤가? 외국어, 심지어 제 2, 제 3외국어 능력을 비롯한 각종 스펙을 쌓는 노오오오오력은 물론이거니와 수십 군데 지원서를 내도 취업조차 할 수가 없다. 그때 대학이랑 지금 대학이 들어가는 퍼센테이지가 다르다는 꼰대들의 말을 반박하기 위해 그 잘난 SKY의 지난 해 졸업생 취업률을 가져와보면 고려대 69.3%, 연세대 64.1%, 서울대 61.0%다. 문/이과에 따라서 편차가 매우 심하지만 어쨌거나 전체 평균이 저렇다. 즉 서울대 간 사람 10명 중 4명은 실업자가 된다는 거다. 아, 물론 석박사 과정을 밟는다거나 해외 유학을 가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른다. 근데 석사과정 이상 밟는 사람은 학사 학위 취득자 중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저런거 다 따져도 서울대 나온 사람 10명 중 3명 가량은 졸업하자마자 취업이 안 된다는 거다. 소위 말하는 SKY가 이 모양인데 다른 곳들을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여기에 결혼하자니 막대한 결혼 비용이 필요하고, 결혼해서 애 낳고 살려면 집도 필요하다. 근데 집값은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지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여기에 현 정권에서는 대출 받아 집 사라며 기름에 불을 붓고 있다. 이 버블은 아마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소식과 함께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렵게 된 소위 하우스푸어들의 줄파산이란 말로를 볼 가능성이 큰데, 이렇게 되면 소위 말하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이상의 충격이 올 거다. 일본은 그래도 워낙 경제 규모가 크고 기초과학이 탄탄한 나라이니 잘 버텨왔지, 이 나라가 그런 경제침체를 겪게 된다면 어찌 될까? 특단의 경제 개혁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아마 지금 20대, 30대가 노인이 되는 시절엔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같은 나라가 훨씬 성장하여 한국을 무시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2. 친재벌 위주의 경제, 사회 시책

- 사실 재벌 위주의 성장 전략은 우선 성장 그 자체가 목적이었던 박통 시절엔 피치 못할 방법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건 저부가가치 노동집약적 산업을 할 때나 통하던 것이고, 이제 한국은 어쨌거나 선진국의 말석(사실 별로 동의하고 싶진 않지만, 수치상의 껍데기만큼은 틀린 말이 아니긴 하다. 내실이 썩어 있어서 그렇지.)이라는 반열에는 들어와 있다. 이제 더 이상 예전 전략으로 나라를 움직일 때도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체는 여전히 노동자를 쥐어짜서 저인건비를 이용한 수출 위주의 성장 전략을 취하려고 하는데, 이제 더 이상 그 전략이 통할 타이밍은 지났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체는 그걸 모르고 아직도 30~40년 전의 시스템이 영원할 줄로만 알고 있다. 아니, 이젠 아니라는 건 오히려 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애초에 맨큐나 겨우 끄적여본 일개 헬조선 신민인 나와 전문가인 그들의 경제 지식 수준은 그쪽이 훨씬 우월할 테니까. 근데 알면서도 그들의 기득권을 조금이라도 내놓기 싫어하는 결과, 결국 나라를 망국의 길로 몰아가고 있다.


3. 지나친 경쟁의식과 비교질

- 좋은 고등학교 -> 명문대학 -> 좋은 직장 -> 결혼 -> 다시 자녀를 좋은 고등학교 -> (무한반복)

?뭐 공부해서 길을 찾을 사람에게는 나쁘지 않은 길일 수 있겠고, 저런 삶이 반드시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겠다. 하지만 저게 강요되고, 저것 외의 삶을 찾을 수 없게 만드는 사회적 압력과 분위기는 이 나라를 지옥불 구덩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건 남과의 끊임없는 비교질과 눈치, 오지랖과도 연관이 깊은 문제이기도 하다. 그 사람의 직업이나 출신 대학이 그 사람을 평가할 수 있는 일부의 기준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만이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의 재료는 아닌데 이 나라는 그 사람이 가진 타이틀로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하니 결국 헛된 경쟁에서 헤어날 길이 없다. 최소한 사람 취급은 받고 싶은게 인지상정이니까. 물론 그 결과는 영원한 만마전으로 스스로를 몰아넣을 뿐이지만.


4. 최악의 노동 환경과 직장 문화

- 1일 8시간 근로, 주 5일 근무라는 평균적인 노동시간의 기준이 지켜졌을 때, 휴가나 공휴일 제외하고 1년간 약 1920시간이란 노동시간이 나온다. 근데 OECD에서 최근 2위로 내려앉은 한국의 평균 근로시간은 1년에 약 2160여시간에 육박한다. 공휴일과 토,일요일을 제외하면 평균적으로 하루에 8.7시간의 근로시간이 나온다는 거다. 물론, 평균적으로 하루에 8~9시간만 일하고 퇴근하는 직장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더 이상 설명할 가치도 없을 것이다. 실질근로시간을 따지면 멕시코의 2230시간을 아득히 뛰어넘을 것이라는 것은 정확한 통계자료는 구할 수 없지만(사실 야근했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으려 드니, 어떻게 공식 통계가 나올 수 있겠나?) 누구나 알 수 있는 명약관화한 사실일 것이다.?그러니까 한국의 1인당 소득이 에스파냐를 제쳤다고 해서 좋아할 건 하나도 없는 거다. 에스파냐는 1년간 노동시간이 1660시간 가량이니까. 에스파냐의 1.3배에 달하는 노동을 하며 혹사당해서 간신히 에스파냐와 동급이 된 거다.


?근로시간만이 끝이 아니다. 토, 일요일, 심지어는 휴가 가서도 끊임없이 걸려오는 업무 전화(대체 휴가 갈때 지정하는 업무대행자는 뭔 의미가 있는지?), 빠지는 것은 곧 회사생활의 종말을 의미하는 강제적인 회식, 임신하면 퇴사를 강요하는 전근대적인 사측 방침. 이런 것들이 합쳐지면 한국의 직장생활은 지옥이 따로 없는 것이다. 법적으로 보장받은 연가나 월차조차도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며 써야 하는게 과연 정상적인 것일까? 노예의 삶이지.


5. (남자의 경우) 근 2년에 달하는 국가의 강제 노동 착취

- 이건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사실 이 나라의 병역의무는 교도소보다도 못한 지경이다. 시급 300원(병장 기준)으로 부려먹는 병사들에 대한 처우는 사실상 국가에 의한 노예 제도 운영과 다름없다. 그리고 대체 왜 일과시간 뒤나 주말에 외출은 보장이 안 되는데? 무슨 부대가 교도소도 아닐진데, 평일에도 취침 점호 전에만 귀영하면 아무 문제될 게 없고, 주말은 당연히 자유롭게 부대 밖에 나다닐 수 있어야 정상인 것이다.(최소 경계 인원 정도는 조를 편성해서 남겨둔다 하더라도)


그리고 이러한 군대를 겪으며 철저히 마인드를 노예화시킨 결과, 그 병영 생활 문화가 직장, 학교로 번지면서 그야말로 전 사회의 병영화라는 과연 헬조선다운 결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교장 -> 대대장, 교사 -> 장교나 부사관, 학생 -> 병사로 대입하고, 직장에서는 회장 -> 대통령, 임원 -> 장성, 부장 -> 연대장이나 대대장, 과장 -> 중대장 뭐 이런 식으로 대입하면 대체적으로 틀림없을 거다. 일반 사회에서는? 역시 나이나 짬밥으로 계급이 정해진다. 소위 말하는 '나일리지' 다. 윗사람에 대한 철저한 복종과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 상하 관계가 지배하는 곳, 그것이 헬조선이다.


이 외에도 많지만 일단은 이 정도만 생각나는 대로 써 본다. 정리하자면 국가 차원에서의 착취와 친재벌주의적인 경제 정책, 노동자를 쥐어 짜는 정, 재계의 야합, 군사문화의 지배로 인한 창의성이 박탈되고 상명하복만이 존재하는 사회 생활. 그것이 바로 헬조선 지옥불반도를 만드는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뭐 이 정도는 누구나 다 생각할 수 있는 떡밥이지만, 하도 답답하다 보니 그냥 내 생각을 씨부려 보고 싶어서 똥글을 싸 봤다.?






  • ㄴㄴ
    15.07.26
    경쟁의식과 비교질에 일부분 언급하시긴 하셨지만 교육정책 비판이 없군요. 정확히는 획일적 사고방식강요로 인한 창의적 사고방식의 부재가 되려나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아 참 교육 정책에 대해 언급을 안 했는데, 결국 명문대 보내는 걸로 끝나버리는 입시 위주의 교육이다 보니 결국 획일적 사고방식을 강요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노예 양성이 되는 것 같음. 사실 이건 교육의 세 축인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데, 어느 한 쪽이 깨어도 나머지 두 축에서 지롤하기 땜에 참 해결 방안이 안보임. 가령 이런 식인데

    1) 학생이 깨어있을 경우 -> 교사, 학부모가 '어쨌거나 대학은 가야 한다'고 압박쌔움
    2) 교사가 깨어있어서 사고력을 증진하고 토론수업을 하고 그러면 -> 학생, 학부모가 '그래서 그거 입시에 나오나요? 입시에 나오는 것만 해 주세요'
    3) 학부모가 깨어있을 경우 -> 교사가 지랄하거나 자식새끼가 '그래서 내 인생 망하면 어쩔 거냐' 라고 함

    결국 이건 개개인의 노오오오력으로 되는 게 아니라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는 국가 차원의 교육 개혁, 그리고 명문대 가는 게 인생의 지상목표도 아니고 그런다고 인생 펴는 것도 아니라는 학생과 학부모의 인식 개혁, 그리고 더 이상 주입식 교육이 아닌 다른 수업 방안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학생과 소통하려는 교사의 노오오력 등이 필요한데 이게 말이 쉽지....... 암튼 그렇다고 봅니다.
  • ㄹㄹㄹ
    15.07.26
    여자는 시댁문화랑 경력단절, 독박육아. 미혼녀들 이거때문에 결혼 안하죠
  • ㅇㅁㅇㅁ
    15.07.26
    남자는 책임감과 희생 강요, 더치페이를 거부하는 대다수 여성들 때문에 연애 자체를 포기하죠. ㄲㄲ

    서울은 커녕 근처 신도시 집값이 얼만데 남자더러 집을 마련해오랍니까? 일산이나 분당만 해도 아파트 20~30평대가 싸봤자 최소 1억인데
  • ㅇㅁㅇㅁ
    15.07.27
    독박육아 같은 소리 하네. 아들바보 딸바보 친구같은 아빠 댄디 이야기는 어디로 흘려들으셨나?

    자식 육아에 적극 참여한게 늦어도 90년대 초반 일인데, 어디 유신시대나 이승만때 살다 오셨수? 독박육아? 참나 기가막혀서.

    힘들게 일하고 와서 빨래 설거지 다 해주고, 월급은 마누라한테 다 맡기고, 애 봐주고 놀아주고... 그러면 됐지 뭘 더 얼마나 바랍니까? 왜 남자들에게만 이것저것 요구하고 바라느냐고요. 그리고 자신하고 월급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남자들은 왜 개무시를 하죠? 이젠 남자들도 피곤해 죽겠습니다. 아시겠어요?
  • ㄹㄹㄹ
    15.07.26
    자기가 번걸로 혼자 잘먹고 잘 살며 결혼 자체을 안한다는데
    남자에게 희생 강요하고 집 요구하고 말고 할게 뭐있음?
  • ㅇㅁㅇㅁ
    15.07.27
    제발 그래줬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혼자 사시길

    남자들에게 관심 주지도 말고, 여자분들 줄듯 안줄듯 밀당같은 개수작들 이제 좀 그만 부렸으면 좋겠고.

    집과 차를 남자더러 사오라는 개소리좀 안하고 그냥 각자 갈길 갑시다. 각자 갈 길 가자고.
  • 히로토
    15.07.27
    헬조센 김치녀들의 여성 신격화는 어디서부터 나온거죠? 조선말기 민비에서 시작되었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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