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육헬윤회
16.05.28
조회 수 1996
추천 수 22
댓글 18








전에 개성공단 폐쇄됐을 때 돌던 짤 있잖냐? 거기 사장 아저씨가 낮부터 벌겋게 술 좀 돼서 인터뷰하던 거. 기자가 지난 대선 때 누구 찍었냐고 물으니까, 수줍게 지금 자기가 말한다고 믿어 주겠냐고, 손 자르고 싶다고 하던 장면. 나는 그 장면이, 한국사람들의 병든 심리의 axiomatic하고 canonical한 본질의 심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가 싶었다.

 

“세상이 다 망해도, 자기는 그 망하는 판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세상이 불공평하고 불공정한 게 무슨 상관인데, 니가 그 수혜를 입으면 되는 거지. 저 밑에 김조선이는 그걸 미시적인 관점이라고 표현했는데, 그건 미시적인 게 아니라 미신적인 관점이다. 그런 폐륜이 한 천년 농축된 한국인의 경구가 “억울하면 출세해라”이다.

 

사실 이것도 조금만 머리가 돌아간다면, 내보고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한 놈이 다음 번에 할 행동이 바로 추론이 되는 게 정상이다. 그 놈은 내 출세길을 막겠지. 그런데 어떤 한국 놈들은, 그 말을 듣고 분발해서 더 노력을 한단 말이다. 이런 걸 볼 때마다 내가 미친다, 진짜. 내가 인종주의적으로 말하는 건 정말 경계하지만, 이런 장면을 보면, 유전자에 각인된 노예의 징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울컥하고 떠오른다는 걸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이 아무리 좆같아도, 자신은 그 판에서 살아남고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있다면, 사회가 더 좋은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 된다. 그런 사회는 열화 되도록 정해져 있다. 공유지의 비극이란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종국적으로는 니가 그 망하는 세상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니 믿음과는 무관하게, 그 세상은 흉기가 되어서 너를 찌르게 될 것이다. 아마 그 칼날은 관행이나 합법 같은 달콤한 이름을 하고 있겠지. 구조적 폭력 말이다.

 

세상이 다 망해도 자기는 살아남을 줄 아는 심리, 자기만은 특별하다고 믿는 심리를 일컫는 단어가 이미 폭넓게 쓰이고 있다. 중2병이라고. 요즘에는 다니엘 튜더가 쓴 새 책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이라는 책이 새로 나왔다는데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고, 대신에 한 10년쯤 전에 대한민국 사용후기라는 책을 읽어 본 적은 있다. 스콧 버거슨이라는 사람이 쓴 책인데, 그 책에서 한국 사람들을 이렇게 평가했더라. 자기가 미국에서 자라면서 봐 왔던, 중·고등학생의 마인드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남 앞에 쎄 보이려고 분수에 넘치는 과시(위험한 행동, 지나친 소비)를 하고,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면서 전전긍긍하는 그런 삶. 10대 후반이 되면 서서히 탈출하게 되는 그런 삶을, 강요를 받았건 자발적이건 수동적으로 적응해서건, 사는 것 같아 보인다고. 뭐 굳이 그 평가가 아니라도 일독할 가치는 충분히 있는 책이다.

 

대학에서 고생물학 수업시간에 알게 된 개념인데, 이시성진화(heterochrony)이라는 게 있다. 웹에서 그 개념을 알아보려면 유형성숙(neoteny)을 검색해도 좋다. 지구상의 고등생물은 대체로 성적으로 성숙하게 되면 성장이 멈춘다. 유형성숙이라는 것은, 성장이 다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성적으로 성숙한다는 개념이다. 대표적인 예로, 사람은 아동기 침팬지의 형질을 보이고, 개는 늑대의 유형성숙이다. 인종사이에서도 유형성숙의 정도가 다르다면, 동양인이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상태로 성인이 된다고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동양인의 외모를 봐도 유형성숙의 혐의를 짙게 풍기지 않는가?

 

 

 

사회가 흉기라는 말은, 정치에는 관심 갖지 마라는 것과 동치이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결과가, 흉기가 된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끊임없이 정치에, 혹은 사회에 관심을 끌 것을 강요 받고 있지 않나? “억울하면 출세해라”에 이은 또 다른 상용 패드립을 소개할 차례가 되었다. “니 지금 니 할 일은 다 하고, 정치에 신경 쓰는 거가?” 또는 별종으로, “학생이 공부나 해야지”가 있다. 이런 주장에서 보이는 가장 큰 허점은, 과연 본분으로 지칭할 수 있을 의무의 한계를 어디까지로 설정할 것이냐는 점이다. 한국이 자본주의 사회도 민주주의 사회도 되지 못하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저런 발화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추궁해서 (그리고 의도적으로 수치심을 불러 일으켜서) 입을 막기 위해서 하는 말이다. 하위자의 의무와 책임의 범위를, 상위자가 자의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만약 하위자가 “제 할일 다 했는데요.”라는 말과 함께 그것을 증명하면, 상위자는 뭐 이상한 걸 들고 와서는 또 다른 할 일을 떠넘길 것이다. 학생인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학생이라는 것의 수퍼클라스는 인간이다. 학생이란, 인간이 할 다른 의무를 다 하면서 공부도 하는 인간이고, 인간이 할 다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데 단지 업이 공부일 뿐인 것다. 책임 권리 관계를 한 쪽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관계는 민주적이지도 않고, 그런 사회에서는 쌍방간의 동등한 계약을 통해서 지탱되는 자본주의 또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곳에서 성공한 당신은 얼마나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성공 가능성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입니다.

 

 

 

약장수들이 있다. 거짓 선지자들이기도 하다. 그들은 만병통치약을 제시한다. 이것만 되면, 헬조선이 아니게 돼. 이것만 되면 돼. 그런데 그런 글들 읽는 너희들도 지성이 있잖아. 무슨 개소리냐고 욕플을 달지는 않아도, 생각할 수 있잖냐. 어떻게 그렇게 되냐고. 잘 보면, 그런 약팔이들이 하는 소리들이 하나같이 다 그렇다. “그것만 되면 다 잘 돼”라고 하는 바로 그것을 잘 되게 하는 방법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치 밖에는 없다. 그런데 약팔이들은 또 꼭 그런 소리를 한다. 정치판에서는 싸움만 한다고 그 문제를 해결을 못한다고.

 

요런 개새끼들을 양성하는 풍토가 나는 동양적 인치철학에 있다고 본다. 동양 정치학은 암만 들여다 봐도 요순시대의 이상 밖에는 없는데, 그걸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실천적이고 경험적 증거로 뒷바침 되는 이론은 없다. 내가 아는 유일한 실험적 근거에 기반한 실천적 동양 정치철학은 법가 밖에는 없다. 그런데 그 이상은 요순시대가 아니지. 요순시대를 표현하는 아주 전근대적이고 미개한 문구가 “나랏님이 누구인지도 모른다”이다. 그 거짓된 이상이 만들어 내는 괴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서, 훌륭한 정치의 과실만을 빨아먹으려는 더러운 기회주의자들이다.

 

자, 헬조선의 개선을 욍왈거리면서 동시에 그 혀로 정치에 관심 가지지 마라는 선동이 얼마나 위험하고 저열한 개소리인지 인지되었다면 좋겠다.






  • 헬추드렸습니다 스콧 버거슨의 대한민국 사용후기는 예전에 인상깊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 육헬윤회
    16.05.29
    오래전 책인데 기억하고 계시군요. 어렴풋한 문제의식이 생길 때, 그것을 앞서 정리한 글을 읽게 되면 자극을 많이 받게 되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 탈인간
    16.05.28
    통찰력있는 글이다.
    헬추!
  • Dori
    16.05.28
    헬추1000000000개
  • 매우 좋은글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 hellrider
    16.05.28
    헬추드리오
  • 교착상태
    16.05.28
    http://hellkorea.com/hellge/634269
    이거 말이지
  • 육헬윤회
    16.05.29
    그거 맞아요.
  • 교착상태
    16.05.28

    ㅇㅇ 개념글임 나도 헬추줌

    “세상이 다 망해도, 자기는 그 망하는 판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이게 정말 인상 깊었다.

  • 13Crusader13
    16.05.28

    “세상이 다 망해도, 자기는 그 망하는 판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

     하위자의 의무와 책임의 범위를, 상위자가 자의적으로 결정하고 있다.+책임 권리 관계를 한 쪽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관계는 민주적이지도 않고, 그런 사회에서는 쌍방간의 동등한 계약을 통해서 지탱되는 자본주의 또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곳에서 성공한 당신은 얼마나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성공 가능성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입니다.

    =

    아주 전근대적이고 미개한 문구가 “나랏님이 누구인지도 모른다”이다. 그 거짓된 이상이 만들어 내는 괴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서, 훌륭한 정치의 과실만을 빨아먹으려는 더러운 기회주의자들이다.

     


    와 시발 핵심 쩔어 헬추다

  • 육헬윤회
    16.05.29
    분노할 일이 많다 보니, 이렇게 정리가 되는 것 아닐까요?
    이런 게시판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글 많이 써주세요.
  • 하이
    16.09.11

    사람은 태어나개 돼면 살다가 죽기 마련이에요 그개 인간 세상 이져 이기주의 거짓 생각은 자기 인생만 개속 살수 있는다는  가짜 거짓말 이에요

  • 헬인어셀
    16.05.28

    한국에 태어났다는거 자체가 고생좀 하라는 의미다  전생에 워낙 남들이 보기에도 튀거나 부담스러운 인물이였기에

    한국에 환생해서 못사는 인생이 주어진거다   한국과 닮은 동양 외국인들은 닮은얼굴,닮은몸을 하고 있어도 호르몬,개인적으로 느낄수 있는 감정,정신건강 부터가 다르다. 헬조선이 안전도는 1위인데 그만큼 재미도 없고 좋은사람들이 많아서 1위가 아니라 지먹고 살기에도 허겁지겁 돈이 많아도 많이 번느낌도 아니고 건강이 가장큰 자산인데 정신건강이 썩은상태라

    10억을 벌어도 다혈질 꼰대들이 많은것이다. 이민가봤자지 그런 쓰레기들은

  • 헬인어셀
    16.05.28
    진리를 깨우치지 못하는 헬조선인들 암 발병으로 평균수명도 못채우고 죽거나 절대 건강한인생은 못산다.
  • untitled.png

    "정치참여를 싫어한 대가는 저열한 자들의 통치를 받아야 하는"

    -플라톤

     

    아무튼 미개한인 전반이 저열하다보니 문제가 심각한.

  • 교착상태
    16.05.29
    정치에 참여하는 애들도 저열합nida~
  • 육헬윤회
    16.05.29
    좋은 평가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 년 넘어 만에 처음으로 다시 베스트에 가게 되니, 기분이 많이 좋네요.
  • 죽창혁명
    16.05.29
    간만에 감칠맛나는 명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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