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DireK
18.05.25
조회 수 137
추천 수 6
댓글 2








한국형 징병제는, 한국에서의 삶을 "헬"로 만드는 주된 요소 중의 하나입니다. 일제 말기에 처음으로 만들어지고 군사독재시절에 공고화된 제도인 만큼 반인권적이고 극도로 억압적인 부분들이 그 안에 박혀 있다고 표현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과거에 비해 폭력이 좀 줄었다 해도 여전히 폭언이나 인격모독이 다반사라는 조사 결과들이 속속 나옵니다. 거기에다가 현역복무율이 세계 최고에 가깝고 복무기간도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면 상당히 긴 편이죠. 제도적으로 의회민주주의를 운영하는 산업화된 사회 중에서는 한국보다 더 긴 복무기간을 가진 곳은 이스라엘밖에 없습니다. 대개 보면 2년 정도의 복무기간을 갖고 있는 나라들은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시리아, 모잠비크인데, 거의 권위주의 요소가 강한 사회들입니다. 민의를 기반으로 하는 정치라면 아무래도 2년 복무를 몸이 건강한 "모든" 남성들에게 강요하기가 힘드니까요. 그런데 실제 과연 "모든" 남성들이 한국에서 군대에 가는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삼성가의 병역면제율이 73% 정도인데 말이죠...그러니까 무리하게 긴 기간과 폭력적인 풍토, 모욕과 억압에다가 사회적 정의가 지켜지지 않는 것은 한국 징병제의 특징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군인들의 노동은 계속 착취 대상이 돼도 상병월급은 25만원인데...폭력에다가 착취까지 강요 당하면 좋아할 사람은 그다지 없을 겁니다. 

 

군에 끌려가야 할 젊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군이야말로 "헬조선"의 전형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매우 자연스럽게 모병제 전환 논의가 생기게 돼 있습니다. 어차피 한국형 징병제의 고질병들을 다 고칠 수 없으니까 군인이 노동관련 법률의 보호를 받는 "고용노동자"가 된다면 그나마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또 군인의 임금이 하급 공무원의 그것과 맞물리게 되면 현재와 같은 "70만 대군" 유지도 어려울 것이고, 군을 줄일 필요가 생기면 남북한 쌍방 군축 등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들이 자연스럽게 취해질 수 있다고 기대되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한국적인 상황에서는 모병제 전환 논의는 대개 평화 지향과 조합을 이루고 전사회에 퍼져 있는 불량 군사문화를 척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군사문화, 직장에서의 "군대식" 노무관리 등은 한국 자본주의의 가장 억압적인 요소를 이루는 만큼, 이와 같은 모병제 전환 논리는 진보적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예컨대 노르웨이 같은 사회에서는 상황이 정반대라는 점입니다. 좌파일수록 -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꾸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과 달리 - 노르웨이 징병제를 계속 유지시켜야 한다고 큰 소리를 칩니다. 심지어 제가 당원으로 있는 공산당 격인 적색당의 당론도 "징병제 기본틀의 강화"죠. 반대로 이민 반대와 감세를 주장하는 극우 진보당은, 이와 동시에 모병제로의 전환을 당론으로 정하기도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노르웨이 군대에는 가혹행위가 없고 집단따돌림 등의 정도는 오히려 고등학교보다 훨씬 낮습니다. 주말이면 집에 갈 수 있고 제대로 된 월급을 받고 양성징병제인 이상 이성을 사귈 기회도 얻으니까 (남녀는 같은 막사를 씁니다) 오히려 젊은이들이 신체점검 단계에서 걸러질까 봐서 걱정들이고, 가끔가다가 큰 돈 들여 개인화된 헬스 프로그램에 들어가 자신들의 신체적 상태를 개선시켜가면서 어떻게든 군에 들어가려 아우성입니다. 적색당은 군대와 군사주의 그 자체를 대단히 싫어하지만, 그런 징병제 군대를 가지고 미국이 전쟁질 벌이는 전장에 일단 파병할 수 없다는 점을 높이 삽니다. 여태까지 아프간 등지로 파병된 노르웨이 군인들은 다 전문가로 구성된 특수부대들이었죠. 노르웨이 좌파의 일차적인 걱정은 노르웨이 군대가 미국의 국제적 총알받이가 될 수 있다는 상황인데, 그걸 막자면 차라리 징병제 유지가 낫다는 판단입니다. 모병제인 호주나 뉴질랜드 등에서는 아무리 미군이 가는 모든 전장에 다 파병해도 이렇다 할만한 반전운동도 일어나지 않는데, 징병제라면 그래도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더 높다는 계산이죠.

 

미국에서만 해도 촘스키 같은 사람들이 모병제보다 징병제가 차라리 차악이라고 보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베트남 침략의 역사에서 보이듯이, 외지에서 침략하다가 징병제 군대는 결국 전투능력을 상실한다는 것은 역사의 경험이죠. 반대로 모병제 군대로 벌써 16년째 아프간 침략을 해도 대대적인 반전운동도 생기지 않는다는 건 오늘날 미국의 상황입니다. 분명히 이런 관점도 이유가 있죠. 군 자체가 악이고, 상황에 따라서 모병제가 차악일 수도 있고 징병제가 차악일 수도 있죠. 미국이나 노르웨이 같은 경우에는 어쩌면 차라리 징병제가 차악이라는 판단은 유근거합니다. 한데 한국의 경우는 분명 다르다고, 제가 생각합니다. 노르웨이에서는 막사 안에서의 분위기가 차라리 학교나 일반 직장과 비슷해 군이 "민간화"됐다고 할 수 있다면 한국에서는 민간부문이 거의 군사화돼 있다고 봐야 합니다. 굳이 군에 안/못가도 학교나 직장도 거의 그 수준이죠. 군사문화 퇴치가 진보의 주된 의제로 돼 있는 한국적 상황에서는 징병제 폐지와 모병제로의 단계적 전환이 진보의 옳은 구호가 되리라고 봅니다. 그렇다고는 모병제가 갖고 있는 문제점도 절대 잊어서는 안되지만 말이죠....






  • DireK
    18.05.25

    요약: 한국형 징병제는 개쓰레기지만 처우만 똑바로 해주면 징병제라도 되려 가고 싶은데 못 오게 한다고 되려 과거같았으면 받아줄텐데, 모병제하면서 안 받아준다고 하게 될 것은 뻔한 수순이다.

     
    모병제야 말로 군바리 개새끼덜 그들만의 나와바리를 맹글려는 개수작이고(나아가서 해외파병도 국민동의없이 제멋대로 하겠다는 수작이고), 결론은 징병제 유지하되 돈만 똑바로 주고, 좃같은 거만 없애면 된다.
     
    한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언급이 되었는데, 현행 징병제가 정상이냐 비정상이냐를 가를 중차한 기준은 아마도 징병상태에서 이성을 사귄다거나 나아가서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는 것이 가능한가일 것이다.
     
    정상적인 징병제는 물론 너 돈보고라도 야 씨발 2년만이라도 사귀자 아따 동거라고 하잖께 이런 여자가 있을 수 있는게 정상적인 징병제다. 물론 너 자신은 이러한 답을 이미 알고 있다.
    물론 그렇고 그런 군부대근처의 여자는 싫다고 생각하겠지만 결국은 거느리게 될 터이고, 1년반짜리 동거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개병신은 없다.(=인연이 더 중하다고 생각하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금녀의 공간에서 딸이나 치고 휴가 때 에미돈으로 사창가나 가는 것이 개병신이라는 것이다. 물론 씨발민국에서는 개병신처우를 받는 것이 민족사회국가에서의 롤이라고 지독하게 세뇌되어 있다.
  • 징병제를 폐하기 위해선 통일 또는 최소 종전선언을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않다는 것이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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