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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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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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 빼고 당연히 의욕도 없고 힘들어서..

죽이 생각나더라.

그래서 본죽이 여기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져있다는 것이 기억이 나서 갔는데

그때가 저녁 9시가 살짝 못되었어.

여기 시골은 말이야. 저녁 8:30분이 넘어가면 일반 식당에서는 주문을 받지 않아.

설령 주문을 한다고 해도 정리한다면서 이것저것 치우고 있으면 불안해져서 맛을 느낄 수가 없지.

9시가 넘으면 갈 수 있는 곳은 롯데리아와 프랜차이즈 김밥집 정도..김밥집은 11시에도 문을 열더라. 도서관 바로 앞에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래도 이빼고 김밥이나 롯데리아 햄버거 먹기도 그렇고 해서 죽집에 가본거지.

물론 살짝 걱정은 되었어. 문을 닫았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다행이 열어놨더라. 불빛이 빛나고 있는거야.

그리고 그 앞에서 아이 하나와 그 아이 아빠로 보이는 두 사람이 야구배트를 들고 이런 저런 운동을 하고 있더라고.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식당안으로 들어가는데

글쎄 야구배트를 들고 있던 두 사람이 나와 같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거 아냐?

아..보니까 아이 아빠가 가게 주인인 거야..

아빠가 주문을 받더라고.

해물죽을 하나 시키고..뭐 나도 기다리는 사이 폰을 하면서 슬쩍 가게 안을 봤는데

일단 손님은 나밖에 없었어. 

혹시 내가 너무 늦은 거 아니냐고 물어봤거든. 그러니까 열 시까지는 한다더라고..그래서 안심하고 시킨 건데

늦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 혼자 있으니 기분이 좀 그렇더라.

죽은 맛있었고 양도 많았다. 여자라면 다 먹기 힘든 정도 양이야. 본죽은 처음부터 죽 양을 많게 하기로 유명했지.

비싼 죽도 많이 있더라. 특전복죽은 2만원..

보니까 아이는 아빠가 주문받고 카운터에 있으니까 테이블에 앉아서 폰을 하고 있더라고..야구를 좋아하는지 야구를 보는 거 같더라.

주인이 그런 음악을 좋아하는지는 몰라도 대략 70-80년대 음악만 계속 흘러나오더라..어쩌면 죽을 좋아하는 연령대에 맞춰서 선곡을 한 것일까?

암튼 죽 맛있게 먹고

주인에게 가서 계산을 하는데 혹시 '페이코' 서비스를 할 줄 아느냐고 물어보았다.

페이코라는 게 작년올해 많이 등장한 사이버머니 시스템인데 신용카드와 연결되는데..사실 어제 프로모션으로 본죽 8천원 결제시 1000원 할인이라고 떴거든..뭐 1000원이라도 싸게 먹어야하지 않겠어?

그랬더니 역시 주인은 페이코를 잘 모르더라..하긴 이 시골에서 페이코 얘기하면 알아듣는 사람도 없더라.

심지어 여기는 통닭집들도 무슨 지마켓으로 주문하고 이런 거 일체 안 받는다. 배달의 민족이니 그런 거 서비스 안됨이야. 하긴 있어도 나는 그냥 전화주문한다. 그런 업체에서 중간에 얼마씩 빼먹는 것도 싫어서.

그래도 주인이 한참 카운터 계산대를 눌러보더니 그래도 페이코 버튼을 찾아서 웃으면서 '아 이거네요.'하고 말하더라고.

그래도 나도 이거 쓰면 천원 할인된다고 해서요..하면서 웃고 결제를 했다.

천원 할인이라고 해도 페이코 부담이라 이 아저씨는 손해보는 건 없어.

 

여기서 내가 느낀 거 중 하나가..

내가 이 동네에서 편의점 가보면 주인하고 알바생하고 좀 다르더라고.

페이코가 최근에 프로모션을 강하게 하는 모양인지 씨유하고 미니스탑편의점에서 할인을 하는데..

제일 가까운 곳이 미니스탑이거든? 보통 낮에 가면 주인이 카운터를 지키는데..

이 분에게 페이코로 결제해달라고 하면 바로 해준다. 아마 이 시골에서 페이코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뭐 그래도 바로 이러저리 버튼 클릭해서 해주는데

알바생들에게 해달라고 하면..

페이코 뭐요? 하면서 마치 500원 할인받으려고 다큰 어른이 그딴 거 쓰나? 뭐 이런 뚱한 얼굴로..

어떤 여자애는 아에 그런 거 모른다면서 안된다는 애들도 있어..

아니 그래 40대도 배워서 결제하는데 스무 살짜리가 그런 것도 모르냐?

모르면 주인에게 전화해서 배우던가 아니면 계산대 보면 페이코 버튼도 있을건데 그 간단한 것도 할 줄 모르고

그냥 편의점에서 시간 가기를 기다리는지 손님이 들어와도 고개 까닥거리고 핸폰 하던가 심지어는 카운터에도 없고 그들이 짱박히는 곳에 있다가 종소리 들리면 나와보고..

진짜 구라안치고 가식적인 미소라도 보여주는 애들 본 적도 없다.

주인인 40대는 어쨌건 하나라도 물건 더 팔 생각하는데

알바생은 그냥 폰질만 하고 어서 빨리 계산하고 꺼져주세요 그런 느낌이야.

일본에 여행가보면 내가 갔던 편의점만 그런지는 몰라도 폰질 하는 애들 본 적도 없고 아무튼 가게에 누가 들어가면 인사하는 게 기본인데

그쪽은 참 가식적으로 친절한데

여기는 가식이고 나발이고 일단 서비스업 기본이 안되있다. 니들도 느낄거야. 오히려 40대 남자주인들이 더 잘 인사한다.

인사를 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고 그래서 들어오면 목례라도 간단하게 하든가 그래야 하는 거 아니냐?

손님 들어오면 폰질하다가 고개 들어서 누가 왔나? 이런 표정이고 다시 폰에 머리박고 있고

뭐 하나 찾으려고 해도 그토록 열심히 폰질하는 놈들에게 묻기도 민망하고

물론 지들은 최저임금을 받거나 그것도 못받는 일이니까 그렇게 대충해도 된다고 생각할지도 몰라도..

솔직히 저런 attitude로 사는 애들이 그럼 최저시급 일 탈피할 수 있을 거 같냐? 폰이 아니라 무슨 수험서라도 보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쓰레기 현질게임이나 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암튼 밖으로 나오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나더라.

사실 나는 그런 생각이 든다. 저런 프랜차이즈 가게..그것도 종업원 없이 달랑 부부가 하는 가게가 인생의 최전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뭐 어디서 퇴직금을 받건 뭐를 하건 한 일억 들여서 가게를 했겠지...보나마나 대출도 이빠이 받았을 거고..

잘되면 먹고살고 안되면? 애가 잘해야 초등학교 2학년 정도 되보이는데

저 애 대학갈 때까지라도 가르쳐야 하는데 그게 엄청 힘든 일이다.

당장 내게 두 아들이 있는데 이런저런 외식비로 인당 20만원씩은 쓴다..난 학원은 둘을 합쳐서 한달에 16만원밖에는 쓰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학원은 안 다녀도 애들 밥은 멕여야 할 거 아니냐. 한창 클 때 애들이 다 먹는 이런저런 주전부리까지 먹지 못하면서 크면 그 얼마나 서러운 일이겠니?

저런 프랜차이즈..잘 해야 그냥저냥 먹고사는 거고 못하면 일억 거덜나고 인생 끝나는 거야. 미스터 피자 같은 것은 정뭐시기 회장인가 사람들 패고 합의금부터 중간에 가족회사 하나 차려서 치즈대금 빼먹기 신공같은 거 벌이고 이미지씹창되서 지금 미스터 피자하는 사람들 쫄딱 망했다. 그 사람들 잘못이 아니라 그놈의 회장 잘못으로 인해서 사람들 미스터 피자에 대한 이미지가 아주 개판이 되었지.

그러니까 저런 프랜차이즈는 저런 위험도 안고 가는 거야. 그런다고 해서 프랜차이즈 아니고 일반 식당 같은 거 차린다? 진짜 날고기는 백종원급 아니고서는 요즘 요식업 장사해서 절대로 못 살아남는다. 사람들이 먹지를 않아요..사람들이 프차 차리는 이유는..그나마 그런 데 사람들이 더 많이 가기 때문이야. 좀 더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고 고기도 아주 폐급은 안쓰겠지 하는 그런 신뢰가 조금은 더 있어서다.

 

암튼 돌아오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들더라..세상에는 겨우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물론 내가 저들보다 나은 것은 1g도 없겠지만 손님이 없는 가게 앞에서 아들과 노는 그 아버지의 모습은 웬지 내게는 처연했다. 존재는 원래 저렇게 슬프고 아슬아슬한 것일까? 아이의 든든한 성채가 되려는, 그러나 여의치못할 수도 있는 그 아비의 착한 웃음 속에서 나는 왜 슬픔을 느껴야하는 것일까?

 






  • 원래 세상존재란 그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치 苦의 사이클이고, 힘들게 살면서도 죽음을 벗삼으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그렇게 모든 걸 간신히 넘기며 살아야 하는 인생들인 것을 말이지요. 
    열심히 노력은 해 왔으나 인생의 여러 변수들조차 적절히 컨트롤하지 못한 채 분수에 넘는 일을 벌여오고, 그것들조차 신과 행운이 던져주는 뼈다귀수준의 가호에 힘입어서 그나마 간신히 살아가는 게 인간이 아닌가하는 생각조차 해 봅니다.
     
    결국, 만사를 보면 자신을 얼마나 잘 제어하는가와 + 그나마 자신에게 주어진 신과 행운의 가호를 얼마나 잘 이용하는가 이 선에서 결정되는 듯 하더라구요. 
    그러나 신과 행운이란 변덕스럽고, 기성 종교에서 말하는 자비롭고 온화하며 완전한 존재라기보다는 H.P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 등장하는 아우터 갓마냥 불가사의하고 인간같은 미물 따위 전혀 염두에 안 두는 존재에 더욱 가까운지라 그들을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조금 불안한 게 사실이지요.
     
    사실 그것도 그의 인생에서 그런 선택을 피해갈 수 없었던 게 아닌게...
    만약 결혼이나 자녀 출산을 안 하고 조용히 선사에 들어가서 적은 돈으로도 부담 없이 정신수양을 하면서 산다는 선택지나 홀로 작은 것 속에서 행운을 누린다는 선택지도 있을 수는 있었을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와는 반대로, 그의 꿈이 매우 컸고 아주 잘 나가는 사업가였으나 더욱 더 욕심을 내다가 망해버리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일수도 있구요.
     
     
    그 알바생들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닌게...
    어차피 최저임금도 안 주고, 딱 맞춰 준다고 해 봐야 오늘날 최저임금이래봐야 그냥 간신히 먹고살만한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 사기가 저하된 것은 별로 이상하지 않습니다. 
    효율성 임금 이론에 따르면 그냥 그것은 그저 형식적인 일을 시킬 수 있는것에 불과할뿐. 
     
    게다가 오늘날 금은동수저도 아닌 시골의 청년들에게 펼쳐진 미래란 사실 그다지 밝다고 볼 수 없고, 어쩌면 걔들도 반정도는 자포자기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제가 있었던 시골에서는 그나마 그 동네 촌구석 시골 학교에서 수십년간 다녔던 애들 중 적어도 대학 입학선에서 5손가락 안에는 들어갔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반정도는 딱히 목표 없이 멍때리고 사니까요. 뭐 저는 나름의 가치관의 영향도 매우 크지만 여튼...
     
    반면에 주인 입장에서는, 알바와는 달리 자기가 먹고사는 게 달려 있는데다가 버는 돈 = 자기 수입이니 그만큼 더 노오력할 뿐이구요.
  • 열화된 헬조선일수록 의외로 시골쪽에는 도심가보다 멀리있으니 덜열화된거지.
  • 알바는 알바일뿐 주휴수당 최저도 안챙겨주고 알아서 하라는식인데 안짤리면 다행이지 너무 많은거 기대하지마라 저임금을 비판해야지 알바태도지적은 돈과 연관대 있다 저편의점에 내가 연관대 있어서 다알려줄수있다 ㅋㅋㅋㅋㅋ
  • 블레이징
    17.09.10
    참 뭐랄까...돈이라는게 이렇게 사람 앞길을 가로막고 이렇게 고통스럽게 하고 또 남에게 이렇게까지 잔혹하게 굴 수 있는 건가 싶어...
  • MC무현
    17.09.10
    너가 매상 많이 올려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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