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메가맨
15.11.24
조회 수 1953
추천 수 31
댓글 21








오늘로 좆소?퇴사 2개월차

?

나는 흔히 말하는 패배자이다. 지잡대 그리고 좆소경력. 적어도 사회에서 보는 시선은 그렇다.

?

?

지난 명절 부모님 뵈러 갔을 때가 기억난다.

?

아버지는 '패배자' 라는 말의 죽창을 내 가슴에 박아 넣어버렸다.

?

좆소를 퇴사한다는 말을 하고, 모아둔 돈으로?내 인생의 새로운 가치를 찾겠다고 말씀드렸고

?

나는 가족의 격려를 원했다. 하지만 돌아온 말은 '너는 이미?패배자다.' 였다.

?

?

우리 아버지와의 기억은 언제나 지독한 것들 뿐이었다.

?

아.. 그래 이미 알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노오오오오오오오력도 안해서 그 모양인 놈이!"

?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던 분이다.

?

심지어 뉴스에 나온?정치범들을 욕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함에도 "너 같은 놈보다는 더 공부 잘하고 성공한 사람들이다!"

?

라고 하시던 분이다.

?

국가대표 스포츠 게임이라면 목숨을 걸고 관람하는 우리 아버지... 그렇다고 딱히 그 스포츠가 좋아서 보는 것도 아니다.

?

단지 '남들이 보니까' '대화 거리와 상식이니까' 라는 이유로 보기 시작해 그냥 취미아닌 취미가 된 것 같았다.

?

월드컵 때, 국대 경기를 안 보겠다고 아버지께 말했을 적에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십여년이 넘은 아직도?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

"우리나라 월드컵 경기도 안 보는 새끼가 사람새끼냐? 짐승새끼지!!"

?

...

?

어찌보면 강제로 스포츠를 관람 시키는?아버지가 싫어서 나는 스포츠에 진저리가 나지 않았나 싶다.

?

언제부턴가 우리 부자의 대화는 사라졌다.

?

우리 부자는 서로 대화하기를 꺼려했고 말을 시작하면 얼굴을 붉혔다. 나는 지금 독립한지 제법 되었지만, 지금도 집에 들르는 것은 내키지 않는 일이다.

?

?

?

나는 이해하고 싶었다.

?

아니 이해 했다.

?

'그래, 아버지 세대때는 당연한거야.'

?

그 시대에는 남자가 바깥일을 하고 여자가 살림을 하는 것이니까. 가부장적인 시대였으니까 표현이 서투를 수 밖에...

?

지금까지 자식들 먹여 살리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을까? 쉬고 싶지 않으셨을까?

?

?

내가 철 없던 시절에는 분명 좋은 방법으로는 아니지만 많은 훈계를 듣고 여기까지 자라왔다.

?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아버지의 영향은 분명히 있었다. 나는 지금의 나에게 만족한다.

?

나는 내 자신에게 만족했고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악착같이 살아온 아버지를 존경하기도 했다.

?

?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은 아버지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었다.

?

나는 이미 그의 자식이 아니었다. 자랑거리도 아니고 그저 남들 앞에서 숨겨야할 자식이었다.

?

동창회 나가서도 엄친아 엄친딸에 비해 내세울 것도 없는 부끄러운 놈이었다. 알고 있다. 죄송했다.

?

얼마나 가슴 아프셨을까? 남 자랑하는데 얼마나 가슴 아프셨을까? 나도 자식 자랑 해보고싶은데...

?

직장 동료들 앞에서도 자식 얘기 나왔을 때, 아무 얘기도 못하는 그 먹먹함... 나는 모른다. 죄스럽다.

?

우리 부모님은 탈조선 마인드를 가지지 않았다. 가지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남들의 자식 자랑이 마냥 고통일 것이다.

?

성공하지 못한 죄. 나는?그냥 죄인이었다.

?

그리고 나의 죄를 심판할 그가 선고한다.

?

"너는 패배자다."

?

"너는 이 대한민국의 시스템에서 도태됐다. 이 대한민국은 국가 교육 시스템만 따라가면, 완벽하게 성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알겠냐? 그런데 너는 굳이 하라는 공부 안하고 니가 하고 싶은 것 하고 싶다고 쫓아다니다가 그 나이까지 그러고 있다. 공부만 하면 누구나 이 시스템상에서 안정적으로?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데 말이야. 그러니까 너는 패배자라는 거다. 왜냐하면 내가 하는 말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지..!"

?

?

시스템... 그 시스템은 무엇일까... 아버지는 내게 처음으로 자신의 신념 비슷한 것을 설명한 듯 하였다.

남들이 가는 길을 가고 남들이 하는 일을 하고 남들의 관심사에 몰두하는 것이 시스템이라는 것의 정체란다.

튀지 말아라. 남들과 똑같이 살아라.

?

나는 소름이 돋았다. 그 시스템은 바로 대한민국이 만들어낸 무수한 인습과 편견과 불합리가 하나로 뭉쳐진 감옥이 아닐까..?

어찌보면 맞는 말이었고, 아버지 입장에서는 성공적인 인생 신념일 수 있다.

?

하지만 과연 내게도 맞을까? 정말 저게 옳은 길일까?

?

우리들을 지금 이 순간도 옥죄고 있는 보이지 않는 쇠창살이 아닐까...?

?

남의 시선만을 의식하는 시스템으로의 귀속이 거짓되더라도?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한 것일까?

?

왜 우리는 스스로 불행한가?

?

답은 이미 나와 있지만, 나는 알고 있다.

?

아마 우리는 죽을 때까지 서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

?

-------------

?

가족과 미래에 대한 고민떄문에 얼마전에 있었던 제 실제 에피소드와 과거사를 적절히 뭉쳐서 인생소설 한 편 써봤습니다...

다 적고나니 손발이 오글오글..제 인생의 고뇌가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






  • АД
    15.11.24

    난 내 헬조선 애비랑 대화안한지 어느덧 8년이 다되감. 그간 한번도?만나본적도 없고 통화도 안함. 장례식도 참여 절대 안할거임.?이 헬센징이 이딴식으로?내 인생 망칠뻔했다는거 생각하면?분노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음.

  • ㅇㅇ
    15.11.24
    헬조센이란 말을하는 젊은이들을 비판하는 헬꼰대 놈들이 드는 예는 0.1%의 성공한 놈들뿐이다. 시스템 얘기를 하는데 0.1%의 예를 든다는 것부터가 그 꼰대새끼가 시스템의 개념도 모르는 같이 대화를 나눌 가치도 없는 병신이거나 헬좃센의 시스템이 그 0.1%를 위해 굴러간다는 반증이다. 우리는 평균도 아닌 중간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아직 하위권은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그러나 꼰대새끼들이 꺼내는 예는 하나같이 0.1%이다. 0.1%가 어쨌다는거냐. 그놈들은 아프리카 사막에 던져놔도 잘 살 놈들이다. 우리 다수가 모여서 만드는 시스템은 다수의 행복을 위한 시스템이어야지 0.1%를 위한 시스템이어서는 안된다.
  • 임병화
    15.11.24
    100공감 합니다. 사회 시스템에 맞춰 살길 바라는 부모님 세대

    남들보다 노력해서 성공해야만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강박증

    그런 물질적인 것은 영원한 것이 아닌데 말이죠 ....

    마지막 대사 저랑 완전똑같네요

    제 주변 사람들과도 죽을때까지 이해못하듯 하네요

    그래서 헬 조선이죠..

    하지만 한가지 만큼은 확신할 수 있어요 마지막 가서 후회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는걸.
  • 미개한반도는?노역노비수용소.

    가정, 학교, 군대는 노비사육체계.

    미개한인들 노오역하는 노비가 얻어먹는 떡고물?성공마약에서 깨어나야 하는.

  • 헬헬헬
    15.11.24
    근데 진짜 그렇게 하고 끝임?
    보통은 자식걱정에 일단 말만 그렇게하고 냉정해지면 대화가 통하지 않음?
  • 파이널둠
    15.11.24
    나 이 글 너무 공감된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우리 부모님은 날 이해해 준다는 거..
  • 임시 ID
    15.11.24
    이 대화가 사실이면 참 암담하네요... 헬조선은 결국 헬조선 사람들이 원해서 만들어진 거였습니다. 거기를 힘들어하는 우리만 소수인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좋아하는 사회에서 실컷들 살게 킹찍 해주고 탈조선하는게 정답일 듯합니다.

    다들 만수무강 하시라죠 뭐.
  • rob
    15.11.25
    부모가 자식을 홀대 하는데.... ㅉㅉㅉ 그리고 사회 구조는 안 보고 무좃건 노오오오오오오오력.... 지옥이다...
  • 유신 교육이 힘을 발휘 하는 때임
  • 한국 노인들하곤 대화 안됨. 걍 단절하는게 1000000% 더 편함.
    근데 님 애비와 달리 교회 다닌다던 어느 집 애비는 정반대로 02월드컵때 축구게임을 욕했다고 함.
    붉은 악마라는것도 혐오했고 축구 자체를 혐오한다라고.
  • 갈로우
    15.11.25
    기대하지않으면 실망도 없다
  • 헬조선어밴저스
    15.11.25
    내 이야기인줄....
  • 장마
    15.11.25
    킹찍탈만이 정답인 사회! 이게 우리의 정답사회다!!!
  • 한국이 싫어요
    15.11.25
    난 20년간 말 안하고 사는중...
    부모가 나한테 쓰는돈 1원도 아깝다해서...
    고등학교때 학습지 1나도 못 받음....
    이유는 부모가 서울대생은 교과서만 보고 수석했다는 말늘 믿는거임...
    집은 부자였는데... 내가 원하는 교육 한개도 안시켜줌...
    나 팔아서 사라는둥....
    그러고.. 엄마죽고... 바로 2달뒤..재혼하고..
    하는말이... 벌면 뭐하냐면서... 써야 한다는 논리를 폄.
    흥청 망청 쓰다 차사고 몇번 나고..등등 돈을 다 날림.
    갑자기 20년 지난 이 시점에서... 친한척 할려함...
    그리고 자기를 안찾아 온다고 뭐라함.
    빨리 탈조선 하고 싶오짐..
  • 성공한 사람이 7% 이내일텐데,
    나머지 93%는 그럼 빠가사리인지.

    얼척이 없군여.

    헬조선 노비논리는 천하제일이여
  • xgate
    15.11.25
    수고하셨습니다. 힘 내세요^^
  • 싸다코
    15.11.26
    부모님에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좋습니다. 저도 포기 했으니까요. 포기하지 않으면 본인만 죽을 고생합니다.
    부모님에게 쏟을 정성을 자신에게 하세요. 그리고 빨리 탈조선 하시길...
  • -
    15.11.27
    님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글을 읽기만 해도 돌아버릴 것 같내요..
    우리 부모님 세대는 대체적으로 가난과 독재 등 트라우마가 강해서인지, 건강한 사고에 뒤쳐지죠. 그런 불안정한 사고가 모여 지금의 헬조선이 탄생했고... 힘을 내세요ㅎ
  • 작문 능력이 꽤 뛰어나십니다.
  • sexman
    15.11.30
    애비 죽창킬각 좆나싫음 저런타입
  • 지옥의카니발
    15.12.02
    아예 신경끄고 사시는게 답입니다.
    이렇게 말하기는 뭣하지만
    그렇게 자식들을 죄인취급할정도로 잘나셨으면
    혼자서도 잘살수 있다는거잖아요?
    죽을때까지 그렇게 살아보라고 냅두세요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정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