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장 윤일병 사건 당시 현역이었습니다. 육군 총장까지 경질이 되고 나서 정말 엄청나게 바뀌었어요. 형식적으로라도 신경쓰는 간부들이 많아졌고, 각종 소원수리를 통해 부조리가 전멸하다시피 했고, 동기생활관처럼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진보적인 변화가 있었죠.
그런데 임병장이 총기난사를 하지 않고, 윤일병이 어떻게든 살아남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변화가 있었을까요?
단언컨데 없었을 것이고 언젠가는 다른 방식으로 터졌을 겁니다.
다만 임병장에게 몇 가지 아쉬운 점은 본인에게 잘해준 병사도 죽여서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점입니다. 조금 더 정교하게 자신이 그동안 누구에게 어떤 모멸과 무시를 당해왔는지 구체적으로 낱낱이 기록하고, 해당 인원들만을 취침 시 면도칼로 목을 그어버린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처단하고 대대장이나 주임원사라든지 지휘책임이 있는 간부를 잡고 인질극을 벌였다면 조금 더 관심 없는 대중들에게는 효과적으로 각인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 사람이 제대로 돌아버리면 저런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구나 하고 말이죠.
학교폭력도 똑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 됩니다. 솔직한 말로 교대나 사범대에 정말 교사가 되고 싶어서 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습니까? 근무환경과 안정성 보고 가는 거지 그러니 학폭 관련 사건만 나면 자기들 밥그릇 생각하며 죄다 쉬쉬하고 덮으려고만 하고 교장 교감, 가해자 부모까지 결탁해 어떻게든 지 자식새끼 책임을 면피해 볼려고 지랄들을 다 하는거구요. 물론 정말 자기 일처럼 나서서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구제해 주려는 분은 은사이자 참 스승이지요
돈 있는 분들이야 흥신소에서 몇천씩 주고 자체적으로 해결한다지만, 아무도 내 편이 없고 더군다나 흙수저라면 결국은 본인이 계속 당하며 살거나, 전학가거나, 혹은 자살로, 피해자가 모든 손해와 책임을 다 지는 그림이 나와요
그리고 가해자나 방관자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잘 살구요.
그러니까 참다 참다 못한 피해자 애가 어느 날 작심하고 수업 중에 벽돌이나 야구방망이 같은 둔기류로 가해자놈 머가리를 강하게 내려쳐서 현장에서 사망하고, 피가 사방에 튀고 방관하던 선생놈, 급우들까지 공격하는 유혈극이 대대적으로 매스컴에 한번 보도가 되야 그제서야 헬센징들 사이에서 약해보인다고 사람 잘못 건드리면 좆될 수도 있구나 라는 인식이 퍼지고, 관련 법규도 재정비되고 형식적으로나마 재발 대책이 나올 겁니다.
무슨 관용이니 용서니 화해니 하는거 다 좆까는 소리입니다. 용서라는 것은 가해자가 잘못을 뉘우치고 진심으로 반성할 때나 고려해 볼 수 있는 피해자의 권리입니다. 무슨 서로 쌤쌤하고 끝내는게 아니라는 소리죠
미개한 자에겐 미개한 대로 대해주는 것이 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