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청소부
15.08.28
조회 수 1576
추천 수 10
댓글 18








진짜 어이없었다. 내가 한국에 살고 있는 게 맞나란 생각이 들더라 ㅋㅋ


가끔 이 사이트에 이런 글 올라오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이 사이트를 이용하는 우리들은 적어도 양쪽을 바라보는 시선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과외 한탕 뛰는데 처음에 35 부르더라.


대뜸 거절했다. 왜냐고? 너무 많았거든. 30만 달라했다. 장거리 과외라 생각해서 더 쳐준거라는데 필요없다고 했다. 첫 과외였기도 했고 난 아직 대1이니.?


보름지나니까 몰래 3만원 입금하더라. 돌려드리려고 말 꺼내니까 너무 죄송하댄다. 하하


한달 지나니까 이번엔 그냥 대놓고 35 입금하더라.


당장 5 뽑아서 돌려드렸다. 돈 드리는 거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몰라서 그냥 봉투에 넣어 드렸다. 낱개로.


단기과외라 2달만 하는 거였는데 어제 끝나고보니 카톡으로 문상 3만원 보내왔더라.?


난 사람들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내 기대에 못 미치면 나도 기분 안 좋고 그런 티 내는 걸 보는 상대도 기분 안 좋고.


기대를 안한지 꽤 되었다. 아무리 기대치를 낮춰도 실망은 하기 마련이니까. 그만큼 이 사회가 내가 요구하는 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는 듯 했다.


그러나 지금 이걸 보라. 처음 5 덜 받겠다고 말하고 나서 사실 후회 많이 했다. 뭐 어때.. 나름 집도 잘 살고 (시세 대충 6,7억?) 주말되면


가족끼리 외식에 영화도 보러가고 (우리집에선 꽤나 상상하기 힘들다. 서로 바쁘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맞벌이 하더라. 과외가 밤늦게 끝나면 10시 반까지도 가는데 그때까지도 어머니는 안들어오시더라. 그런 돈 5만원이 내가 안받고 말지.


내가 하는 거라곤 나에게는 존나 쉬운 고1수학 가르치는거다. 책에서는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표시되어있는데 눈감고 30초만 집중하면 답이 나온다.


이게 밤늦게까지 일하는 그집 어머니와 내 노동의 가치가 동일한 비율로 교환되는 거라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돈 그냥 과외녀한테 더 투자하라고 드리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하고 안 받은 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뭔가? ?마지막 수업 끝나고 난 뒤 내 카톡에 와있는 문상 3만원.


이번에 다시 학기 시작하면서 책 사고, 여러가지 식비 생각하면 그동안 벌어둔 걸론 빠듯한데


고민 좀 했다. 수능 수학 26번쯤 되었을까? 결국 그냥 감사하다고 했다. 감사히 쓰겠다고. 그렇게 보낸 카톡에 답장은 안 왔다.


테스트였을까? 실망했을까? 이번엔 내가 기대를 못 맞춘건가? 내가?


여러가지 감정에 혼란스러울 때 날 그집에 추천해준 친구한테 연락이 왔다.


이모가 나랑 같이 맛있는 거 먹으라고 5만원 줬다고.?


사회에서 무수한 호의를 베풀었다. 할머니 짐 들어드리고 자리 양보해드리고 넘어지면 세워주고 누군가 윽박지르고 있으면 대신해서 경찰 불러주고


격려의 말 해주고 옆에 있어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약자의 편에 섰고 날 욕해도 곤경에 빠지면 도와주고 후배들 잘 되라고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나에게 돌아온 것? 모르겠다. 기대하지도 않았고 딱히 받은 기억도 없다. 언제나 사회는 냉정했다. 나만의 온기로는 역부족인듯 싶었다.


난 이미 보수를 받았다. 그것으로 끝 아닌가? 물론 과외 때 최선을 다했다. 롤하다가도 문제 물어보는 질문엔 내 캐릭이 죽을지언정 답변을 늦추지 않았다.


평소에 쓰는 말투도 달리하여 최대한 편안하게 느끼도록 하였고 나름 결과도 얻었다.


그런데 내가 이것을 바라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너무도 당황스럽다. 나에게 펼쳐진 호의에.


새벽에 자다 일어나 이 글을 쓰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었다.


기대도 안하는만큼 별 욕심도 없는 사람인데 오랜만에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이 헬베에 올라가서 탈조선하려는 사람들, 그리고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한번쯤은


콘크리트에서도 민들레가 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옛날 선생이 내게 말했다.


사람이 왜 인간이라 불리는지 아냐고.


한문선생이었던 것 같다. 사람 사이에 사람이 있기에 인간이라 불리는 것이라 하더라.


지금에 이르러선 그 관계가 먹고 먹히는 관계가 되어버려 문제가 되버린 것 같다.


어릴 땐 힘들면 기대고 슬플 땐 같이 울어주고 기쁠 땐 같이 웃어주라고 곁에 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덧 아무것도 바라지 않게 되버린 나를 보며, 그리고 이미 내 품에 들어온 호의를 보며 이토록 당황하는 나를 보며


무엇이 나를 이토록 변하게끔 만들었는지 생각해본다.?


읽느라 수고했다. 변변찮은 필력이라 보는내내 불쾌했다면 사과드린다.?


참고로 난 오타 지적해주는 것 좋아한다. 이과라서 한글에 별로 관심 없다는 편견은 버려라.






  • 들풀
    15.08.28
    경험에서 우러나온 글 잘 읽었습니다.
  • 모모
    15.08.28
    이제 갓 급식충 벗어난 친구가 공구리에서 민들레 운운한다는게 그저 우스울 따름. 3년 뒤에도 똑같이 말할 수 있으면 죽창 빼줌.
  • 청소부
    15.08.28
    급식충이 뭐냐? 말은 많이 들어왔는데. 그냥 가난한 사람 말하는 거냐?
  • 고등학생중학생 급식먹잖아ㅋㅋ

    그래서 어린애들 말하는거임
  • Alice__
    15.08.28
    저는 이런 분들이 계속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만.. 저도 옛날에 비슷하게 생각하고 비슷하게 살았습니다만..마른오징어에서 엑기스 빼먹는 사람을 여럿 겪다보니..세상에 대해 마음을 닫아버리게 되었습니다. 부디 저와는 다르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음 계속 간직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 갈로우
    15.08.28
    맞어 말잘했다
  • 개방서
    15.08.28
    죽창 주려다가 그냥 헬추 줬음... 그런데 아마 더 살아보시면... 에휴.. ㅠ ㅜ
  • auslaender
    15.08.28
    아주 상식에 맞는 분이시군요^^
    헬조선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여기 헬조선 사이트는 헬조선에선 단지 상식에 맞게 사는게 불가능하다는걸 각성하고 탈조선만이 살길이라고 확신하는 분들이 오는 곳입니다^^ 참조하세요.
  • 룸펜
    15.08.28
    헬게이트 입문 환영
  • 청소부
    15.08.28
    댓글들이 재밌네. 확실히 내가 아직 너네들보다 인생살이 더 안해봐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 호되게 당하지 않도록 노력중인데 당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이 말조차 너무 세상물정 모르는건가?
  • 나도 어려서 사람한테 호되게 당한것 보다는

    사회 돌아가는 전체적인 틀 자체가 너무 좆같아서 욕하는거지..

    아직 회사도 안다니니깐 좆같은걸 모르는거고
  • 1번깎는노인
    15.08.28
    멋진 마음가짐이다 이 정도만 되어도 대한민국에서는 갓인성 반열에 들거다
  • 청소부
    15.08.28
    고맙다.
  • aantting
    15.08.28
    글쓴이한테 한말 같은데.. 청소부님은 어떤걸 실행중이신지?? 저는 계속 자기계발하면서 위로 올라가 부조리를 조금이라도 끊으려는 생각이 있는데 여기 단 댓글들로만 봐서는 남들 평가나하고 있지 뭐하시는 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건 칭찬받아야 할 글입니다.
  • 청소부
    15.08.28
    내가 글쓴이인데.. 너가 하고자 하는 말이 글쓴이가 아닌데 남들 평가나 하는 댓글 달며 뭐하는 짓이냐 라면.. 일단 남들 평가한게 아닌 댓글 달았던 것과 내가 글쓴이 라는 점? 을 알려주고 싶네;
  • asdasd
    15.08.28
    대단하신분이네요 설사 주작이라고 해도 제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글이네요 스크랩 해두고 두고두고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청소부
    15.08.28
    별로 대단할 거 없어요. 그냥 상처주고 상처받기 싫어서 나만 잘하면 됐지 이 마인드죠 뭐..
  • 왔다헬
    15.08.28
    헬조선 오늘 첨드루왔는데, 오오 ~ 좋은 글도 많이 보이는 군요.. 일베나 오유충들과는 레베루가 다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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