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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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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는 꿈이 오랜동안 있었는데

먹고 사느라고 쓰지도 못하고..

나이는 들고 마음이 참 처량해서 이제 한 번 시작이라도 해본다.

직접 취재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거 같아서 그냥 머리속에서 상상으로만 한 것이 많다..

대략 100편 정도로 마무리할 생각이다.

니들이 관심갖든 안 갖든 한 번 써보려고 하고 또 이런 말을 앞에 주저리주저리하는 것은 이렇게라도 큰 소리치면 아무래도 마무리는 할 거 같아서임..

일주일에 무조건 3편씩은 업로드한다. 

장르는 굳이 말하자면 추리 스릴러 정도 됨. 

 

1)

뭔가 푸른 빛이 깜박이는 듯한 느낌에 진수는 눈을 떴다.

간밤 잠이 오지 않아서 맥주를 마시고 잠을 청해서인지 유난히 머리가 무거웠다. 어슴츠레한 의식하에서 깜박이는 불빛이 모니터에서 나오는 걸 확인한 진수는 폰을 들어서 먼저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6:32분.. 출근이 8시까지니까 아직 여유는 충분히 있다. 진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의식이 명료해지면서 점멸하는 푸른 빛은 그가 관리하는 학교 사이트에서 새로운 글이 떴을 때 나타나는 신호임이 생각났다. 

뭐 보나마나 쓰잘데기없는 글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알 수 없는 터라 습관적으로 진수는 새로 쓰여진 글을 클릭했다.

 

'친구들아..

 

나를 아는 친구들, 나를 모르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난 이제 떠난다.

더 이상 이런 정신으로는 살 수가 없어!

생각할수록 기분이 더럽고, 괴롭고, 미칠 거 같아.

아무도 날 도와주지 않고

마치 늑대들이 먹잇감이 기운이 떨어질 때까지 지켜보면서 급소를 노리듯

나를 그냥 지켜보는 것 같아.

이젠 젠장 다리에 힘도 다 빠진 거 같아. 아..힘들다..지쳐서 드러누우면 내 눈위에는 이제 푸른 하늘만 있을거야.

그리고 곧 물어뜯겠지..오..제발 짧은 고통으로 끝나길.

지쳤어. 이젠 더 이상 싸울 기력도 없고..그냥 편안해지고 싶다.

모두 안녕, 살면서 내게 약간이라도 상처받은 친구들이 있다면 사과할께.

고의로 누군가를 상처주거나 하려고 한 행동이나 말은 없지만 그래도 알 수는 없잖아.

모두들 안녕!

 

짧은 글이었다. 그러나 결코 가벼워보이는 글이 아니었다. 진수의 등으로 찬 물이 쏟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건 뭔가 유서같은데?'

진수는 ip를 확인했다.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에 컴퓨터를 바라보던 진수는 이미 바지를 꿰고 있었다. ip는 여학생 기숙사 컴퓨터실이었다. 쓰여진 시간은 6:27분.. 불과 5분 전에 올라온 글이었다.

'저게 만약 유서라면... 지금 자살을 시도라도 하는 거라면..'

진수는 평상복으로 늘 입는 청바지에 런닝복 잠바 하나만 걸치고 원룸 문을 밀어젖히고 밖으로 뛰기 시작했다.

원룸에서 학교까지는 걸어서 5분 거리이니 뛰면 2-3분이면 충분할 거리였다. 여학생 기숙사는 5층 건물이다. 

'혹시라도 아이가 뛰어내리거나 목을 매기라도 한다면..'

학교로서는 얼마나 난감한 일일까? 물론 사춘기 여학생의 순간적인 기분으로 쓴 글일수도 있다. 그러나 글의 필체는 분명 '세상을 정리하는' 느낌이었고 설사 그게 유서가 아니고 순간적인 우울한 기분이라고 해도 반드시 돌봐줘야 하는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게시판은 적어도 수백 명이 볼 수 있는데 그런 게시판에 저렇게 버젓이 글을 올린다는 건 적어도 글을 올린 아이의 심리적 상태가 크게 불안정하다는 확실한 증표로 볼 수 있었다.

 

정문을 통과하고 오른쪽으로 틀면 살짝 경사진 길이 나오고 그쪽에 붉은 벽돌로 된 고풍스런 기숙사 두 동이 서 있다. 작년에 새로 지은 여학생 기숙사는 2인 1실에 방마다 화장실이 있음은 물론 독서실, 컴퓨터실, 체육실까지 완비된 최신식 건물이었다. 이른바 명문임을 자처하는 세지국제중학교에서 학생들은 주중에는 폰을 반납해야만 했다. 물론 폰으로 소모하는 시간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보다 통제를 쉽게 하려는 의도 역시 숨길 수 없었다. 진수가 ip확인만으로 여학생 기숙사 2동 4층 컴퓨터실에서 작성된 글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듯이 말이다.

경비원은 벌써 기숙사 문 밖에 나와서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면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연세가 60이 넘었지만 언뜻 보기에는 40대 정도로 보이는 경비원 조윤철씨는 진수와도 잘 아는 사이였으나 새벽 바람에 그것도 런닝복 바람으로 달려온 진수를 본 윤철은 적잖이 놀란 모양이었다.

"아니 새벽에 이게 웬 일이래요?"

"자세하게 설명할 시간은 없고요, 기숙사 컴퓨터실에서 이상한 글 하나가 게시판에 올라왔습니다. 느낌에 어쩐지 사고를 치려는 느낌이라서 급히 달려왔어요."

"사고라고요?"

"자살을 시도할지도 모른다는..그런 느낌의 글이었어요. 올라가 보겠습니다."

"아니 그래요? 아니 이게 무슨 난리래? 같이 가시죠.."

"업무분담을 합시다. 조선생님은 1층부터 일단 체육실이나 컴퓨터실 등을 수색해보세요. 저는 4층으로 가서 컴퓨터실에 가보겠습니다..그리고 혹시 옥상에 문이 잠겨있나요? 열려있나요?"

"옥상이요? 옥상은 당연히 잠겨있죠. 애들 문제라도 생길까 무서워서 잠그고 다닙니다."

"열쇠는요?"

"경비실에 있는데요?"

"애들이 경비실에 들락날락거리기도 하나요? 조선생님이 항상 경비실에 계신 건 아니죠? 열쇠를 훔치거나 그럴 가능성은 있나요?"

"경비실 문을 잠가놓은 거는 아니고 저도 왔다갔다 할 때가 있으니...글쎄..훔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죠. 특별히 금고에 보관하거나 그러는 건 아니니까요."

"제가 4층 갔다가 5층 들러 옥상까지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사실 인터넷에 뜬 글만 갖고 애가 진짜 자살을 시도한다거나 그런 거를 예단할 수는 없는 거니까..애들을 깨우지는 마시고요. 일단 1층부터 올라와주세요."

"아, 예 정말 고맙습니다."

벌써 조선생의 얼굴은 핏기가 없이 질려있었다. 하긴 정말 누가 자살이라도 하는 날에는 조선생도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으리라. 더구나 여기 국제중은 권력자들의 자녀가 많아서 대우가 좋은 반면 사소한 실수 하나로도 언제든지 잘릴 수 있는 상황이니까.

진수는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잠시 망설이다가 5층 버튼을 눌렀다. 웬지 옥상부터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잠겨있는 옥상문이 열려있기라도 한다면 정말 변고였다. 기숙사의 방들은 모두 뛰어내릴 수 없도로 별도로 펜스가 쳐져 있다. 만약 뛰어내리겠다면 옥상이 가장 좋은 목적지일 것이다. 옥상문이 만약에 열려있다면? 그 생각을 하자 진수 얼굴이 저절로 찌뿌려졌다. 

'설마 그런 일은 없을 거야..그냥 순간적인 기분에 쓴 글일 거야..'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진수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옥상으로 연결되는 계단이 바로 앞에 있는데 그 계단 위가 밝은 것을 볼 때 옥상으로 연결되는 문이 열려있는 게 분명했다. 

진수는 폭발적으로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그러다가 발자국 소리가 아이를 놀라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발에서 힘을 뺐다. 마치 액션게임에서 잠입해서 경비병을 해칠 때처럼 빠르게 움직이면서 소리없이 계단을 튕겨져올라갔다. 이미 옥상문은 환하게 열려있었고 옥상 멀리 언덕너머로 떠오르는 해가 금빛으로 숲을 물들이고 있었다.

'이 아이를 놀라게 하면 안돼!'

진수는 숨을 참고 어느 경우든 당황하지 않으리라 확신하면서 옥상에 몸을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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