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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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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 행동을 규정하는 것들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 우리가 늘 어릴 때부터 듣고 자라왔던 '이야기, 즉 신화'가 아주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어떤 특정한 행동을 할 때 큰 영향을 미친다.

 

내가 예전에 10여년쯤 전에 어떤 여자분을 만난 적이 있는데

이 여자분은 얼굴이 예쁜 얼굴인데 웃는 상이 아니더라고.

얘기를 들어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게

20초반에 어머님이 중풍이 와서 이 여자가 당시 나이가 거의 40에 가까웠으니까 무려 20년 가까이 수발을 한 거야.

다른 형제자매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봉양 책임을 이 여자가 온전히 혼자서 지고 간거야.

직장도 포기하고..결혼도 물론 포기하고..

20년 가까이 사회와 단절되어 살았는데 말이 그렇지 이건 거의 감옥생활이나 다름이 없는 거거든.

그러니까 웃는 얼굴일 수가 없는 거지.

사실 저건 개인의 선택이긴 해. 나에게 어머니가 가장 가치있는 존재였다고 하면 저렇게 사는 것을 선택할 수 있고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인데 과연 그랬을까가 의문임.

우리가 어린시절부터 늘 읽어왔던 이를테면 '콩쥐팥쥐' '심청전' 같은 거.

착하게 산 콩쥐는 나중에 보상을 받고 팥쥐는 벌을 받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거든.

그러니까 사람들이 종교에 매달리는 것이지. 종교에서는 웬지 권선징악의 스토리가 실재하는 듯한 착각을 주거든.

심청전 같은 경우도 아버지의 눈을 뜨기 위해서 자기 목숨을 던진다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엽기적인 내용이거든..

차라리 딸의 눈을 뜨기 위해서 아버지가 강물에 몸을 던진다면..그건 솔직히 이해가 가.

그리고 그게 아무리 생각해봐도 생명체 순리에 가깝거든. 연어도 알을 낳기 위해서 수천 킬로를 거슬러오르다가 알을 낳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처럼

그게 좀 더 자연스럽고 안타깝고 서럽긴 해도 어쩔 수 없는 인생의 달콤씁스레한 면을 보여주는 건데

아버지의 눈을 뜨기 위해서(심지어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도 아님..눈 없으면 불편해도 그럭저럭 살 수 있고 이미 수십년간 그렇게 살아왔잖아?) 자식이 죽어야 한다는 게 이게 과연 말이되느냐 이거지..

이런 스토리를 듣고 자라온 착한 여자아이들은 대부분 희생과 봉사에 대한 긍정적 심상을 갖게 되고

자기 어머니가 저런 상황에 놓였을 때에 자신의 직업 배우자를 포기하고 저런 삶을 영위하게 되는 것이지..

(참고로 이때까지만 해도 '노인장기요양보험'같은 것은 아직 시작되기 전임. 그래서 치매 중풍 등을 앓는 노인들이 있을 경우 자식들은 자기 인생을 포기하고 돌보거나 아니면 버리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음)

 

이런 신화 외에도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닭 대신에 손자를 삶아버렸는데 그걸 맛있게 먹었다거나(이런 거 들어본 적 있지? 부모님 마음 편하게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93년에 대박을 터트렸던 영화 서편제의 경우는 딸이 판소리를 하는데 그 판소리에 '한'이 없다는 이유로 딸의 눈을 멀게 한다거나..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호러필름 수준인데 이게 당시에는 국민영화라고 해서 김영삼 대통령이 직접 관람하고 서울에서 최초로 100만을 넘긴 영화가 됨. 이후에 이 정도 흥행을 낀 영화는 '쉬리'이며 이후로 한국영화가 대흥행하게 됨)

이런 변태적 엽기적인(적어도 지금 세대에겐) 내용들을 듣고 무의식에 저장하다보니

엄청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지..

 

자식에 대한 익애(溺愛)같은 것인데 익애란 그야말로 빠져죽을 것 같은 애정이지.

내 생각에는 이건 시댁으로 '시집'을 오는 상황에서 누구도 편을 들어주지 않는 시가에서

유일하게 여자의 존재가치였던 자식, 특히 아들에 대한 집착에서 출발을 하는 것이지.

예전에는 아들을 낳지 못한, 즉 대를 잇지 못한 여자는 그야말로 가치가 없는 존재였고 언제 쫒겨나도 하소연할 수 없고, 심지어 쫒겨났음에도 '출가외인'으로 인정되어 친정에서조차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방법은 그야말로 자살을 하거나 아니면 성황당 옆에 있다가 지나가는 남자를 그냥 무작정 따라가서 살거나 둘 중 하나였고..이런 내용이 80-90년대 초장수 프로그램인 '전설의 고향'에 엄청나게 등장함..

이후 '전설의 고향'이 2000년 이후에 리메이크 되었는데 아마 이런 내용은 삭제된 것으로 알고 있다. 00년대 이후에 저런 내용들은 너무나 기괴하고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으로 인식이 되었거든.

아무튼 이 과정에서 아들은 여자의 삶의 구원자나 마찬가지였어. 아들을 낳은 여자는 이제 한 존재로서 사람가치를 인정받고 되었으니까.

구한말에 여자들이 젖을 드러내고 아이에게 젖을 먹였던 것이..내 생각에는 '나도 당당히 아들을 낳은 존재가치가 있는 여자'라는 자랑스러움에서 비롯된 거 같다.

 

이 과정에서 여자는 아들에게 엄청난 집착을 보이면서 익애를 보여주고 오냐오냐하면서 키우게 되지. 아들만이 여자에게는 유일한 삶의 의미이고 종교나 다름없음.

그리고 아들은 성장하면서 다시 결혼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아들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은 이제 다시 며느리에 대한 일종의 증오, 즉 '내 아들을 빼앗아간 여자'에 대한 증오의 형태로 구현되고 이것이 이른바 시집살이인 거야...

이게 요즘에는 간호사들 사이에서 '태움'의 문화로 계승되고 있다고 하지? ㅋ

아들이 내 삶의 의미이자 태양인데 그 아들의 모든 주목과 애정을 받는 대상이 자신이 아니면 이걸 극복하기는 쉽지 않거든..

여자가 현명해서 사랑의 대상을 좀 더 넓혀서 커뮤니티 전체에 대한 애정으로 승화를 하든지

아니면 다시 다른 아이라도 낳아서 사랑을 분산하든지

매우 예외적이지만 남편과의 금슬이 극히 좋아서 아들에 대한 익애에 빠지지 않는다든지

아니면 아예 시집살이를 당하지 않고 자랐다든지(당시에도 분명히 그런 시어머니는 있었으니까)

이랬다면 문제가 다르지만

거의 대부분 이런 시집살이는 존재했고

특히 남편이 일찍 죽거나 아니면 남편이 계속 바람을 피워서 남편에 대한 애정과 기대가 전혀 없었거나

아니면 외아들인 경우..문제가 굉장히 심각해지지..

정신병으로 가는 거지..

예전에는 이게 심각한 문제였고 영화도 이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많았음. 즉 마마보이인 남편을 두고 애정을 다투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분쟁이 공포영화의 주된 소재였다는 것이지.

 

여기에서부터 시작해서 자식을 과잉보호하고 과잉양육하는 치맛바람이 등장하고

자식에 대한 교육과잉투자가 일어나며

이로 인한 노후 빈곤(물론 한국 노인빈곤률이 높은 이유는 많겠지만 나는 자식교육에 지나치게 많은 자원투자도 분명히 한 몫 한다고 생각해)까지

큰 문제로 엮여있는 것이지..

여기에 자녀에 대한 효도를 기대한다든가 이런 문제가 같이 나오게 되고..

 

결론적으로 우리에게는 새로운 롤모델 새로운 신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지..

예를 든다면 연예인 이시영이 권투를 해서 꽤 인기를 끌었는데

물론 권투가 다이어트에 좋다는 말도 있어서 그렇겠지만 내가 요즘에 권투를 배우는데 여자비율이 70%쯤 된다..

여자와 어떻게든 엮어볼려면 요즘에는 오히려 복싱장에 오는 게 어떨까 싶어..

보통 한국에서 미인상으로 꼽는 여인상 손예진같은 청순가련형이라든가 이영애같은 우아한 스타일이라든가..

어떤 운동으로 다져진 신체의 아름다움 이런 거는 전혀 없고

그냥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나서 손에 물 안 묻히고 자라난 아가씨(오죠사마)스타일이 대부분이거든..

근데 이시영은 연예인이면서 권투로 한국챔피언도 도전하고..

이게 복싱장이 흥하는데 상당한 일조를 했다고 봐.

저런 스타들이 계속 등장하면 보통 체육시간에 옹기종기 모여앉아서 수다나 떠는 여학생들이 아니라

좀 더 운동으로 다져진 멋진 체형을 갖는 것을 목표로 해서 운동을 열심히 하는 여학생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사실 이게 사회의 후생에 분명히 기여하잖아?

 

저런 식의 긍정적이고 진보적인 캐릭터를 계속해서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한국의 작가들의 의무라고 할 수 있겠지..

 

 






  • 나우시카도 그렇고 이쪽에 꽤 관심이 많으신 것 같네요 ㅎㅎ 저도 요즈음에는 종종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어서 자연스레 이런 글에 관심이 가게 되더라구요.

    신화는 그 원형이 새로이 짜일 필요도 있지만, 고대 신화만 보아도 다애이나 여신의 상처럼 자유롭게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존재들의 상도 있었던 만큼 완전히 모든 걸 바닥부터 짤 필요는 없지 않나하는 생각도 있어요. 
    다만 당시인들에게는 이러한 원형이 매우 부정적으로 여겨졌기에 많이들 비난받고 부정적으로 서술되었지만, 요즈음에는 과거와는 달리 서구 지역 등 진보적인 지역에서는 많이들 재평가되는 중이기도 하지요.


    반면에 아직도 헬조선의 교육은 현대사회에는 맞지 않는 보수상 따위나 추구함으로서 매우 반동적이고 왜곡된 인간상을 만들어 내는 중인데, 21세기에도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구분하지 못하는 서술을 하는데다가 왜곡된 정조 관념과 의존적인 여인상에 대해 '체계적'으로 교육시킴으로서 오늘날 잘못된 관념들을 가진 사람들을 양성해 내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치녀와 삼일한의 문제점도 근본적으로는 여기서 파생된 것이라고 보고 있네요.

    진보적이고 긍정적인 인간상의 재 정립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만큼 교육이나 어릴 때 접하는 스토리들 또한 이에 맞추어서 재 채택되어야 할 필요성 또한 매우 크지 않나하는 생각이 있네요.
  • 헝거 게임 같은 소설(영화)에서 활을 쏘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데..사실 이 여자가 한국적 의미에서 미인은 아니죠.
    그래서인지 헝거 게임 북미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흥행이 망했는데
    북미에는 엄청난 대흥행을 했죠. 
    원글 저작자인 수전 콜린스는 이상적인 여성상을 제시해서 새로운 신화를 만들고자 상당한 노력을 한 거 같더라구요.
    이후에 북미권에서는 여성용 활도 엄청 팔렸다하죠..
    2-3편은 솔직히 망작이라고 보는데 1편의 경우는 나중에 클래식이 될 만한 여러 가지 장점을 갖춘 소설이고..
    왜인지는 몰라도 내가 다니는 도서관에는 헝거 게임이 영한대역 하드커버본으로 나와있었는데
    영어 문장도 상당한 수작이죠..1편은 나중에 영미문학 클래식에 들어갈 자격을 갖추었다 봅니다. 
    저런 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새로운 신화를 제시하는 건데..
    소설에서는 물론 일종의 연애담도 등장하지만(사실상 2명의 남자에게 구애받는 상황-이것도 작자가 고의적으로 의도한 것)
    매스미디어 속성에 대한 통찰력도 상당하고 여기에 일본의 로얄 배틀인가? 일종의 학살만화류 등등을 다 갖췄지요.
    저런 글 한 번 써보고 싶더군요.

    나우시카는 일종의 가모장(家母長) 신화와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를 담은 대작인데
    실제로 미야자키가 직접 수많은 그림을 그려서 책으로 출간되었고
    세세한 부분까지 완벽한
    아마 미야자키의 일생작이라고 봅니다.. 아니 사실 저패니즈가 세상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하나의 극한이죠.
    물론 일본에서는 1위를 하긴 했는데 그래도 미야자키 작품 중에서는 가장 덜 흥행을 했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가장 크게 흥행했고 아직까지도 이 기록이 깨지지 않는데
    나우시카가 그 정도로 끝난 이유는 뭐랄까 밝은 느낌이 없어서일 거에요. 
    보고나면 뭔가 애잔하게 슬퍼서 남들에게 권하고 싶지를 않지요.
    2001년인가 나우시카가 서울에서 잠깐 상영되었을 때 관객이 거의 없는 아트시네마에서 혼자서 영화를 본 기억이 나네요.
    90년대에 워낙에 불법으로 많이 돌아서 관심있는 사람은 안 본 이가 거의 없었기에 국내 흥행은 못했죠.

  • 아 그 여자라면 캣니스 에버딘을 말하는 거 같은데 그것도 충분히 잘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보았었네요. 제가 보기에는 미인이었고 훌륭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별로 좋지 못한 평가를 하기는 하더라구요.

    저도 나름의 신화관 + 판타지 + SF + 미래예측 등등을 합친 시나리오를 구상중이기는 한데, 실제로 쓰는 건 귀찮아서 질질 끌리고 있는....

     
    나우시카랑 센과 치이로를 비교해보면, 아무래도 감성적인 면과 끝마무리라는 점에서는 센과 치히로가 좀 더 나은지라(그리고 이해하기도 더 쉽구)...
     
     
    여담이지만... 사실 나우시카는 너무 옛날꺼라 볼수있는데가 없어서 그냥 인터넷에서 다운받아서 보았던 기억이 나니요.
    근데 이것도 수년 전 이야기....
  • 점.
    17.07.01
    하하하, 그러시군요. 그런데 은혜 갚은 까치나 거위를 살린 나그네, 청개구리 이야기 같은 거 보면 옛날 이야기들 가운데서 요즘 어린이들에게 먹힐(?) 만한 이야기도 꽤 있는 것 같아요. 또 언젠가 흥부전을 읽어보니 놀부의 고약(?)한 심보에 참 웃음이 나면서 한편으로는 참 눈물겹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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