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불반도시민
1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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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청학동 훈장 욕설 폭행사건 뉴스를 접하고 10여년 전 초딩시절 청학동에서 당한 경험이 생각나서 썰을 푼다.

본인은 세기말에 지리산 청학동 서당에 2주동안 가서 존나게 빠따맞으며 개고생을 했다. 이것도 두번씩이나. M서당이었던 걸로 기억난다.

부모님이 한문과 예절 배우는 거라고, 2주동안 여행 갔다오는 거라고 생각하라고 안심시켜줬건만 이게 뒤통수일 줄이야.

 

방을 배정받고 저녁때가 되어 집합을 하자 훈장의 매서운 협박과 경고로 시작이 되더라.

대강 이야기는 이랬다.

우선 '다나까'만 써라. '요'는 반말이다.

전화와 군것질은 금지되며 편지 쓰는 날은 따로 정해주고 잘못하면 회초리로 발바닥을 맞을 수 있을 거라고.

사람은 따뜻한 심장이 있으니 용서해줄 수 있지만, 매는 심장이 용서해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매맞는 것도 훈장이 때린 것이 아니라 그냥 '매맞은' 거라고. 지랄하네.

때리는 것은 사람이지, 매냐? 매는 감정도 없으니 직접 때릴 수도 없건만. 방아쇠도 안 당기고 총이 나가냐?

아 헬조선에서는 그럴 수 있겠구나. 안전핀 안 뽑아도 수류탄 터지는데.

김치 안 먹는 등 편식하면 잘 먹을 때까지 밥상에 김치만 놓겠다는 위협까지도 있었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당시 순진했던 본인으로는 납득이 갔다.

그런데 무시무시한 협박은 따로 있었으니.

태도가 불량하거나 하루 과제를 성실하게 마치지 못하는 일이 많으면 한주 더 연장하겠다네.

그러니 2주 수용되었다가 태도 불량하면 3주로 연장되고, 그래도 안되면 4주...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개구라다. 훈장들이 부모에게 통보했다는 말도 다 거짓말이고. 마지막날이 되면 너희들 정신 차리라고 뻥친 거라고 대놓고 그러더라.

그럼에도 두번째 갈 때도 속은 내가 바보지.

그런데 첫날 이런 식으로 말한 논리가 참 가관이었다. 너희는 일종의 환자라고. 환자가 퇴원하는 날은 치료 마치는 날이라면서.

2주동안 입원해서 완치될 줄 알았는데 완치가 안 되면 퇴원기간을 연장하는 것 아니겠냐며. 아니 그래도 조기퇴원 가능하지.

환자 스스로가 퇴원하겠다고 하는데 퇴원을 시켜주지 않으면 불법 아니냐?

아니면 청학동 서당은 불반도 정신병원임을 인정한 것일지도.

 

주변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본인도 억울한 나머지 울음이 나왔다. 훈장은 뭘 잘했냐고 우냐고 그런다. 억울해서 웁니다 이랬다가 발바닥 한대 맞았다.

5시 반부터 기상이었다. 일어나면 세면하고서는 30분동안인가 구보를 뛰었다.

운동이라고는 하지만 군대의 구보랑 다를 바 없어보인다. 그나마 알통구보를 시키는 일은 없는 것이 다행인지.

 

하루에 사자소학(四字小學) 4~8줄을 외우고 시험봐서 통과하면 쓰기시험을 봐야 한다.

읽기는 통과해도 쓰기는 모르는 한자 투성인데 연습장에다 쓴다고 쉽게 외워지겠어?

더욱더 희한한 것은 연습할 때 한글로 음과 뜻을 쓰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 한글공부밖에 안 된다고.

그 덕분에 몇몇 한자는 뜻을 다르게(국어에서 동음이의어가 있으니) 기억한 것마저도 있었다.

본인은 쓰기시험에서 떨어지면 30분정도 외우고 다시 보고 떨어지고를 반복했는데, 훈장은 두번째부터 쓰기시험을 보고 기준 미달이면 발바닥을 마구 때렸다.

한번에 똑바로 안 하고 왜 자꾸만 가냐고. 그나마 본인은 새벽 1~2까지 남는 일은 별로 없었다.

본인이 속한 반의 담임훈장이 맘에 안 드는 사람들을 불러낼 때는 거의 항상 "개쎼끼야!" 식의 욕설을 했다. 청학동 훈장 욕설사건이 괜히 일어난 게 아니란 말이다.

쓰기가 끝났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당일 배운 한문을 써야 한다. 아마 공책에다가 10번씩 써야 하는 걸로 기억이 나는데,

본인은 4일째부터 똑똑하다는(?) 이유로 일일 학습량을 훈장이 임의로 늘렸다. 덕분에 숙제를 제대로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 체벌도 혹독한데, 좀 이따가 쓰겠다.

 

오후가 되면 예절교육 시간이다. 유교 이데올로기를 임의로 주입하는 시간이지.

아니나 다를까 지금 생각해보면 훈장이 말도 안되는 궤변을 지껄인 것 같다.

죄(罪)라는 글자는 넉 사(四)+아닐 비(非)라고 하며 네 가지(하나는 불효고 나머지는 기억 안난다)를 지키지 못하면 죄라고 하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그물망머리+아닐 비자로, '그릇된 일을 하여 그물에 걸려들었다'더라. 이딴거 가르치는 훈장이 오히려 죄를 짓고 다니네.

노숙자들 욕하면서 하는 얘기가, '매일마다 길거리 쓸어봐라 청소부 일 시켜줄지 누가 알아'

아뇨 청소부는 빽으로 들어오는 사람들 절반 시험보고 들어오는 사람들 절반이거든요?

하여간 예절교육 시간에 배운 것들을 그날 일기로 쓰라고 한다. 다음날 검사한다면서. 이렇게 해서 한글을 까먹게 하지 않도록 '배려'하나보다.

옛날 일기장이 없어진 지 꽤 돼서 당시 무슨 지랄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점 이해 바란다.

 

쉬는시간 등 개인정비시간엔(군대는 아니지만 군대같으니 이렇게 쓰겠다) 다니면서 항상 공수하고, 문앞을 드나들 땐 인사하고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0번 인사하는 벌을 받는다. 그밖에도 쓸데없는 이유로 매맞고 이상한 체벌 받고 그러는 일이 많았다.

그러다 저녁 9시가 되면 명상의 시간이라면서 1시간동안 눈을 감게 시킨다. 당연히 허리를 숙이거나 졸거나 그러면 구타각이다.

가끔은 명상의 말씀 테이프를 틀기도 한 것 같다. 오히려 졸음만 온다.

 

본인은 숙제를 제대로 못 해와서 벌을 받는 일이 많았는데, 마당에다가 세워놓고 오리걸음을 30분~1시간을 시켜놓는 체벌이었다.

"약속을 지킵시다"라고 외치면서 말이다. 학교에서는 이렇게 숙제 안해왔다고 이런 벌을 받는 일은 없었는데

(손바닥 몇대 맞고, 아무리 심해도 뒤에서 10분정도 손 드는 정도였지) 난생 처음 받는 류의 벌이다보니 울음까지 나왔다.

한번은 이런 체벌에 못견뎌서 다른 훈장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어느날 담임훈장새끼가 본인을 붙잡고는 어디론가 끌고 가더니 멱살을 잡더라구.

그러면서 '뒤에서 나 욕했지?' 그런다. 본인은 이런 적 없다고 하자 싸닥션을 갈기면서 '어디서 거짓말이야' 그러자 기억이 났다.

"훈장님께서는 가혹하게 벌 주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냥 때렸는지 발로 깠는지는 모르겠는데,

이게 가혹한 거냐고? 진짜로 가혹한 게 뭔지 보여줄까? 이러더군. 하아. 지금 생각해도 열받네

그리고는 짐 싸고 집에 가라고. 그때 정말로 본인은 짐 쌌어야 하지 않았을까 후회가 된다. 이딴 교육 받느니 차라리 그만두고 집에 가는 것이 개이득이었을텐데.

는 2주 더 연장시키겠다 식의 거짓말로 되돌아왔겠지

나중이 되니까 본인에게도 1주 추가 연장 협박이 들어왔다. 그러다 이를 악물고 날림으로 막 한자를 써서 겨우 완수를 하니(아마 중간중간 생략한 것도 많았던듯)

훈장은 숙제검사 시간에 이런다. "이렇게 할 수 있으면서 여태 왜 못했냐?" FM대로 하려고 했으니까요

 

이렇게 시달리다보니 절반이 지나갔고, 편지쓰는 날이 되었다. 본인은 서러웠던 일들에 대해서 편지를 줄줄이 써내려갔다.

그거 외에도 단군 사당인가 뭔가 하는 곳에도 가고. 지나가는 사람들한테는 공수로 인사하랜다.

요즘 시절에 이렇게 모르는 사람한테 인사했다가 칼맞을 수도 있는데.

 

나머지 절반은 뭐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는 일상의 반복이다. 한문공부와 유교세뇌와 구타. 그러다보니 본인은 틱이 발병했다.

당시엔 몰랐는데 이걸 틱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마지막날 부모가 찾아와서 본인을 데리러갈 때 훈장은 이러더라. 자꾸 이상한 증세(?) 보이면 청학동 보내라고.

틱이 쉽게 낫는 병이겠는가. 본인은 부모한테 청학동 협박에 항상 시달렸다.

당시에 틱이 뭔지는 몰라도, 그 이상한 증세가 청학동 때문에 일어났다고 확신했으니 부모를 설득했다.

이건 청학동 때문에 발생한 거라고 청학동이 본인을 이렇게 만든 거라고.

여담인데 나중에 만화책 맡기고 그런 애들도 있었는데, 마지막날 만화책은 유해서적이라며 태워버렸다고 안 돌려줬다.

이거 손해배상감 아닌가? 그리고 오히려 청학동 서당이야말로 유해한 교육기관인데.

한편 본인의 멍든 엉덩이와 발바닥을 보고 부모는 기겁을 했다.

그럼에도 부모는 다시는 보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무시하고 또다시 보내더라.

 

청학동에 다시 가면서 아버지는 제발 체벌을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를 했다. 이런 요청이 지켜질 리 없었다.

뭐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런데 첫번째 수용될 때 담임훈장이 본인을 보더니, '나의 타겟'이라면서 그 훈장의 반에 맨 처음으로 호명을 하더라. 찍혔구나.

그래도 첫 번째 시절 경험이 있었던지라 상당히 조심한 덕분에 구타당하는 일은 초반 이틀정도 제외하고는 많이 없었다.

초반에는 아마 예전에 했던 부분부터 계속 진도를 나가는 거였기 때문에, 옛날에 배운 한자들을 많이 까먹고 그래서 이것 때문에 폭력에 시달렸던 것 같다.

틱 때문에 불려다니는 일은 많았긴 해도 이것 가지고 때리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대신 망신을 당했지.

그러고보니 틱은 아니지만 편식 때문에 망신 당한 적도 있었구나. 본인은 오이 알레르기가 있어서 오이 들어간 음식을 못 먹는다.

그래서 식사시간에 오이가 들어간 메뉴가 있으면 못 먹는데, 이것가지고도 뭐라고 하더라.

부모한테 본인이 오이 알레르기 있다고 들은 적 없다고 그러니 자꾸 이렇게 편식할 거냐고. 자꾸 안 먹을 거면 끝날 때까지 밥상에 오이만 놓겠다고. 항명죄냐?

 

앗참, 첫번째 가던 시절에는 담임훈장을 '접장'이라고 불렀는데, 두번째 시절부터 '훈장'으로 통일된 것 같다.

그것 말고도, 없었던 판소리 시간이 생겨났다. 그나마 판소리는 못 외웠다고 막 때리거나 그러지는 않았던 것 같더라. 사실 재밌는 시간이기도 하고.

그 외에는 크게 다른 것은 없으니 생략하기로 한다.

 

하여간 두 번째로 청학동을 가고서도 틱이 고쳐질 리가 없었다. 여전히 부모에겐 청학동 협박에 시달렸고. 그러나 실제로 끌려가지는 않았다.

10년 후엔가 부모는 미안하다며 틱인 줄도 모르고 그랬다고 후회를 하더라. 이제와서?

 

 

마땅히 이야기할 데가 없었다가 헬조선을 알게 되어서 썰을 풀게 된다.
청학동의 참모습이 이런 것임이 널리 알려졌으면...

 






  • 당신은NERDBest
    16.09.04
    욕보셨습니다. 저도 어릴적에 청학동 서당 얘기 여러번 들었었는데 아주 훈장은 커녕 버러지만도 못한 동네 양아치 새끼가 따로 없었네요 ㅋㅋㅋ  하기사 헬조선에 청소년들 대상으로 수련, 예절교육 한다는 기관인 곳 중에 안 저런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저따위 짓거리를 시키려고 돈들여서 자식새끼들을 쳐 넣는 부모들이 더 병신이에요 ㅋㅋ
  • 레가투스Best
    16.09.05

    공자의 산물인 한문,예절,조센,훈장님 등등따위는 색출해서 모두 짓밟고 태워 버려야 할것들이다.


    아, 이 세상의 온 권력을 나에게 단 하루만주었더라면....


    분명 그런날은 올것이고, 그때 나는 악마처럼 놀아나리라

  • 욕보셨습니다. 저도 어릴적에 청학동 서당 얘기 여러번 들었었는데 아주 훈장은 커녕 버러지만도 못한 동네 양아치 새끼가 따로 없었네요 ㅋㅋㅋ  하기사 헬조선에 청소년들 대상으로 수련, 예절교육 한다는 기관인 곳 중에 안 저런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저따위 짓거리를 시키려고 돈들여서 자식새끼들을 쳐 넣는 부모들이 더 병신이에요 ㅋㅋ
  • 씹센비
    16.09.05
    애초에 헬조선 서당 자체가 문제
  • 씹센비
    16.09.05

    가보지는 못했지만 갔다온 사람은 보았습니다

  • 아무래도 야만적인 조선의 교육 시스템을 답습한다고 하는 곳이니까요.
  • 조선 팔도에 병신이 아닌 부모새끼가 얼마 없기는 하다만 부모새끼도 마찬가지 이구나.

    얼마나 못배운 병신이면 청학동 따위에 보내서 인성교육을 시킬 생각 따위를 할수가 있는거냐

    그것도 한번 보내봤으면서 또 보내는 병신짓을 한다고?





  • 레가투스
    16.09.05

    공자의 산물인 한문,예절,조센,훈장님 등등따위는 색출해서 모두 짓밟고 태워 버려야 할것들이다.


    아, 이 세상의 온 권력을 나에게 단 하루만주었더라면....


    분명 그런날은 올것이고, 그때 나는 악마처럼 놀아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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