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블레이징
17.10.07
조회 수 220
추천 수 4
댓글 5








출처 : http://blog.naver.com/enitel00/221100252263

​요즘 신문을 보면 개발자의 처우에 관한 글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많은 개발자들이 '갑을병정무기' 가운데 '무기'에 해당하는 하청을 하는 일도 적지 않다는 이유로, 자신을 '무기'라는 자조섞인 용어로 부르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들리더군요. 그러니까 이런 기사의 요지는, 많은 개발자들이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폐해들로 고생하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 폐해들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1) 낮은 임금

(2) 비정상적인 납기일

 

 

이 두 가지 요인은 개발자들의 삶의 질을 결정적으로 떨어뜨리고, 결국 IT 업계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것을 포기하게 만듭니다. 당연한 결과죠. 월급도 코딱지만큼 주는데 비정상적인 데드라인때문에 집에도 갈 수 없는 날이 많다면, 어떤 사람이 미쳤다고 개발자로 일하고 싶어하겠어요?

 

 

그런데 문제는, 모 기사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상황이 이런데도 아직 업체에서는 인력부족 타령을 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궁금증이 생길 수 있겠어요. 아니 사람이 부족한데 왜 개발자의 임금은 아직 저 모양이지? 사실 그렇짆아요.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면 당연히 그 가격은 올라가야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수요는 많고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도 개발자들의 가치가 전혀 올라가질 않아요. 비정상적이죠.

 

 

사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은, 개발자들에게 등급을 매길 때 부터 어느 정도 예견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정부에서 나서서 모든 개발자들에게 '초급, 중급, 고급'의 딱지를 매기려고 했던 것을 여러분들은 기억하실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 지금 모든 개발자들은 이 바닥에서 일한 기간, 학위 소지 여부 등등 다양한 기준에 따른 '딱지'를 한 장씩 가지고 있죠. 문제는 이 딱지들이 하청 개발자들이 받을 수 있는 임금의 최대치를 규정하는 데 쓰인다는 겁니다. 

 

 

보통 하청을 줄 때 쓰는 공급 계약서를 보면, 인건비 비목이 있어요. 그런데 이 인건비 비목을 작성할 때 어떻게 쓰게 되어 있느냐면, 초급개발자 몇명 중급개발자 몇명 고급개발자 몇명을 프로젝트에 투입할 예정이냐에 따라 쓰도록 되어 있어요. 전부 고급개발자라면 인건비로 소요될 비용이 올라가게 될 것이고, 전부 초급이면 인건비로 소요될 비용은 내려가게 되어 있죠. 어쨌든 중요한 것은 말이에요. 최대치가 정해져 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공급이 아무리 딸리는 상황에서 하청을 줘도 하청 단가가 올라갈래야 올라갈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하청 일을 하는 사람이 존 카멕이라고 해도 돈을 더 받을 수는 없게 되어 있다는 거죠. (응?)

 

 

그러니 많은 개발자들은 '개발자 10만 양병론'같은 이야기를 헛소리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어요. 왜 그렇죠? 이런 형태의 시장에 개발자들을 잔뜩 양성해서 부어 놓으면 (김영삼 정부때 그랬었습니다만) 개발자 1인이 갖는 가치, 다시 말해 한 건의 프로젝트를 끝내기 위해 투입되어야 하는 인건비는 더 내려갈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기업들은 당장 사람들이 부족하니까 개발자들을 더 양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고, 정부에서는 그런 요구에 맞춰 춤을 추는 모양인데 이런 상황을 안다면 사실 내 놓을 수 없는 정책이죠.

 

 

자. 그렇다면 대체 하청구조는 왜 생기는 거죠?

 

 

하청구조는 '내가 직접 하는 것 보다 다른 사람 시키는 것이 싸니까' 생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IT 프로젝트를 하는 데 있어서, '다른 사람 시키는 것이 더 저렴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1) 직접 개발하려고 해도 개발자가 없어서

(2) 외주 개발 단가가 저렴해서 

 

 

자. 제도적으로 외주 개발 단가를 올릴 방법을 차단한 현 시점에서, 외주 개발 단가는 당연히 저렴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 외주 개발 단가가 지금처럼 저렴해지기 전에는 하청이 없었나요? 아마 아닐 겁니다. 이 바닥에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는 한 두 해 한 것이 아니고, 개발자 등급제가 시행되기 전에도 이미 하청 구조는 있었거든요. 대한민국의 개발 하청제는 역사가 깊어요. 개발자 등급제가 낮은 개발 단가를 고착시키는 역할을 하긴 했지만, 그 전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사실 개발자 등급제 전에도 개발자들을 등급으로 나눠 분류하는 방법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에 따라 인건비를 산정했죠. 개발자 등급제는 그것을 명문화했을 뿐이라고 보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복잡한 것임에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 올바른 답을 하려면, 다음의 질문들을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 분명해요. 

 

 

(1) 정말로 개발할 사람이 없나?

(2) 개발자들이 하청일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3) 하청 업체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4) 하청 업체가 하청 일만 죽어라 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개발할 사람이 없는 것은 사실인 것 같으니까 (저희 회사에서도 실제로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넘어가기로 하죠. 사실 이 문제를 깊이 있게 따지는 것은 지금의 상황에서 시간낭비에 가까와요. 우리 모두 왜 개발자가 부족한지는 알고 있는데,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따지는 것은 이미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식의 질문에 가까와서 전혀 생산적이지가 않죠. 다만 한가지는 언급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개발자가 부족하다'는 것은 실상 정말로 개발자의 수가 적어서라기 보다는, 개발자를 뽑으려고 하는 회사가 정한 특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개발자가 적다는 뜻일 수 있다는 것을요. 그렇게 본다면, 우리는 왜 개발자가 부족한지를 묻기 이전에, 대한민국에서 왜 개발자가 성장하지 못하는 지를 물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실제로 구인 공고를 내는 회사들이 내건 기준을 충족하는 개발자들이 적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당위성을 인정한다면, 위의 (2)~(4)의 질문에 집중할 수 있죠. 하청구조라는 것이 개발자를 성장시키지 못하는 한 원인이 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이니까요. (그렇지 않다면 개발자들이 왜 그렇게 아우성이겠어요?) 

 

 

자. 그럼 본격적으로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보죠. 그렇다면 개발자들이 하청일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하청일이 싫으면 때려 치고 다른 회사로 가면 되지 않느냐고 누가 물으면, 어떤 대답을 해 주어야 하나요? 

 

 

(1) 옮길 회사가 없다

(2) 옮겨도 마찬가지다

(3) 옮기면 받아야 할 돈을 못 받을 것 같다

 

앞선 글에서, 저는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상당수의 개발자들은 하청업체를 떠나지 못하는 걸까?"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이 질문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http://blog.job.go.kr/3573

 

 

 

SEE ALSO: "다단계 하청구조는 왜 생기나? (1)"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분께서 개발자라면, 아마 이런 질문은 부당하다고 느끼실 겁니다. 꼭 개발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물어야 좀 더 문제의 심각성이 선명히 드러난다고 믿습니다. 왜죠? 그 이유를 좀 더 정확히 설명하려면, 여러분과 저는 한 가지 정리에 동의해야 합니다.

 

 

 

Theorem 1: 개발자는 바보가 아니다. 

 

 

 

자. 개발자들이 바보가 아닌 담에야, 하청업체의 일원으로 일하는 부당함을 몸소 겪으며 자신을 소진시켜 가면서 버텨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없을 겁니다. 그런데도 계속 그 바닥에 남아 일하고 있다면, 이유는 딱 하나죠. 

 

 

 

Theorem 2: 어딜 가나 개미지옥이다. 

 

 

 

그 이야기는, 소위 '초중급'을 따져가면서 일할 수 밖에 없는 대부분의 개발자가 갈 수 있는 직장이 하청업을 전문으로 하는 직장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겁니다. 관련 링크(http://okjsp.net/seq/110080)를 한번 보시면 분위기를 대충 아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악덕 사장에게 걸리면 안된다'거나, '모르면 속는거고 협상하기 나름이다' 같은 분위기가 팽배해 있죠. 중급으로 확실히 인정받을 때 까지는 견뎌야 한다는 것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개발자들 사이의 공감대인데요.

 

 

 

그러니까 이 대목에서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딱 하나입니다. 

 

 

 

Theorem 3: 중급 개발자의 스펙을 쌓을 때 까지는 견뎌야 한다.

 

 

 

다시 말해 초급 개발자로서 고를 수 있는 직장은 '개미지옥' 뿐이고, 중급 개발자가 되어야만 '개미지옥'을 탈출할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그런데 이런 인식을 통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무엇이죠? 그것은 대한민국의 개발자 소비시장이 철저하게 양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초급 개발자를 소비하는 개미지옥과, 그 이상의 개발자를 소비하는 소위 '더 나은 직장(the better tomorrow)'로 나뉘어 있다는 것이죠. 

 

 

 

이 모델은 '하청업체를 떠나지 못하는 개발자들의 아우성'이 그토록 거센 이유를 잘 설명해 줍니다. 초급 개발자를 면하는 그 순간까지 (군대 갔다오는 것 보다 한참 더 긴 시간입니다) 개미지옥에서 견뎌야 하는데, 그 과정이 녹록할 리가 없으니 아우성이 나오는 것이죠. 또한 이 모델은, '개발자들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 다시 말해 '시장에 쓸만한 개발자들이 거의 언제나 부족한 이유'도 잘 설명해 줍니다. 개미지옥은 개발자의 성장을 담보하는 조직이라기 보다, 개발자들을 소진하고 나가 떨어지게 만드는 조직입니다. (물론 거기서 굳건히 살아남은 소수는 중급 개발자의 길을 걷습니다만, 개발자로 입에 단내나게 삽질한 그들이 과연 개발자로 만족하며 아키텍트로 성장할지는 의문이죠. 개발자라는 딱지를 스스로 벗어버릴 가능성도 언제나 있습니다.) 그러니 시장에 많은 중급 개발자들이 지속적으로 공급될리가 없지요. 그나마 탄생한 중급 개발자들은 바로 더 나은 직장을 찾아 떠나버릴 것이니, 중소 업체들이 쓸만한 직장을 구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집니다. 

 

 

 

자. 그런데 이 모델은 '왜 그토록 하청업체들이 많은지'는 잘 설명하지 못합니다. 하청업체들이 마치 우주의 배경복사처럼 널려있다고 가정하고 만들어진 모델일 뿐이니까요. 하청업체들이 그토록 많은 이유는,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합니다. 

 

 

 

IMF가 도래하기 직전, 대한민국에도 닷컴 바람이 불었었습니다. 이 때 마치 빅뱅처럼 수많은 닷컴 기업과 투자사들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IMF의 한파가 겹치자,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무슨 백색왜성마냥 스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닷컴 기업에는 한 가지 자유가 없었는데요. (최근에 더 심해졌습니다.) 바로 실패할 자유였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접는 건 사업을 하는 것 보다 더 어렵습니다. 설사 사업을 접는 데 성공하더라도, 이제는 재기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업을 접고 재기하는 건 사업을 접는 것 보다 만 배 정도는 더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사업을 접는 건 애시당초 안될 말입니다. 어떻게든 사업을 계속해야하죠. (투자사에게서 몇억씩 받은 값은 다 해야 하니까요.) 

 

 

 

대부분의 닷컴 기업은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기업이지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기업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 인력을 활용해 현금장사를 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 필요했습니다. 그 중 가장 안전한 것이 바로 하청과 재하청이었죠. 이렇게 해서 1세대 하청업체들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이 상황은 지금이라고 해서 딱히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창업되는 기업들은 대체로 솔루션 업체이거나 서비스 업체입니다. 서비스 업체들은 보통 투자를 받아 개발을 시작하고 서비스가 망하면 하청업체로 환골탈태하는 수순을 밟는 경향이 있습니다. 솔루션 업체들은 투자를 받아 의욕적으로 솔루션을 완성한 다음에 솔루션이 안팔리면 하청 업체로 환골탈태하는 경향이 있죠. (2, 3, 4세대 하청업체들이 만들어지는 메커니즘도 비슷하다는 겁니다.)

 

 

 

Theorem 4. 섣부른 투자 유치가 하청업체로의 변신을 부채질한다. 

 

 

 

투자를 받으면 돈 값을 해야 하기 때문에 ㅈ망했다는 것이 판가름나도 사업을 못 접습니다. 그러니 하청이라도 해야 하죠. 처음에는 부푼 꿈으로 시작했던 창업이 직원들에게는 아무런 꿈도 주지 못하는 회사로 귀결되는 것은 대체로 섣부르게 받은 투자 때문이다,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서비스 업체는 투자를 받기 전에 서비스를 반드시 먼저 릴리즈 하고, 시장의 반응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투자도 못받았는데 어떻게 서비스를 개발하냐구요? 그러니까 능력있는 개발자를 영입해야죠. 그게 어렵다구요? 그럼 이런 질문을 받으실지도 모릅니다. 개발자 한명도 설득 못시키는 아이템으로 어떻게 성공하려고 하셨나요?) 또한 저는, 솔루션 업체라면 투자를 받기 전에 솔루션의 초기 버전을 반드시 먼저 릴리즈하고, 시장의 반응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픈 소스라는 거대한 흐름 덕분에, 요즘은 이런 '입질'을 먼저 해 보기가 굉장히 쉬워졌죠.) 그리고 저는, 솔루션 업체라면 걍 미국에 가서 사업을 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듯.)

 

 

 

물론, 이렇게 '선 개발 후 투자'라는 모델을 따르면, 창업을 하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물론 쉽게 창업하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만요.) 그런데 그런 문제를 해소하고 '선 투자 후 개발'을 유도하려면 대한민국에서 '투자로 만들어진 기업을 청산하는 절차'가 굉장히 쉬워져야 하는데, 정말로 정말로 해결되기는 어려운 문제이므로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자. 그런데 지금까지 저는 한 가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개미지옥'이 계속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는데요. '개미지옥'에게 계속 돈을 대서 시장을 유지시키는 다른 기업들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다음 글에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군요.

 

 

앞선 글에서 다단계 하청 업체들이 왜 생기는지 간략하게 짚어봤는데요. 물론 100%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단계 하청업체 가운데는 아예 그 시장을 보고 만들어지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http://jpub.tistory.com/334

 

 

 

 

 

SEE ALSO: 다단계 하청구조는 왜 생기나? (2)

 

SEE ALSO: 다단계 하청구조는 왜 생기나? (1)

 

 

 

어쨌든 다단계 하청업체들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이 업체들에게 일감을 주는 다른 업체들이 있기 때문이고, 그 시장이 계속 유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아마 그 원인이 무엇인지 대충 짐작하시겠지요. 용역 단가가 낮기 때문입니다. 용역 단가가 낮으니까 직접 개발하는 것 보다 용역을 주는 것이 훨씬 쌉니다. 그리고 이렇게 용역 단가가 낮게 유지될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앞서 이야기했습니다. (개발자 등급제, 개발자 수급구조 등등) 

 

 

 

그런데 이렇게 용역 단가가 계속 낮게 유지되면, 전체적으로 봐서 시장에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이디어만 가지고 창업에 뛰어드는 소위 얼치기(?) 창업자들이 생긴다는 겁니다. (개발은 용역주면 되니까 그 편이 저렴하죠.) 이런 창업자들은 투자 받고 서비스 런칭한 다음에 ㅈ망하고 나면 바로 초급 개발자들을 잔뜩 뽑은 다음에 하도급 업체로 변신합니다. 그러니 하도급 시장은 더 커지죠. 시장이 이렇게 커지면 커질수록, 하도급 업체들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용역 단가를 더 낮춥니다. 용역 단가가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낮아지면.... 결국 SW의 품질은 개판이 될 수 밖에 없죠. 

 

 

 

두 번째는, 바로 '다단계'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고급 개발자를 보유한 업체 B가 A로부터 프로젝트를 수주합니다. 이 업체 B는 중급 개발자들로 구성된 업체 C에게 하도급을 줍니다. 이 업체 C는 초급 개발자들로 구성된 업체 D에게 하도급을 줍니다. 중간에 얼마를 먹을 수 있는지가 아주 명확하기 때문에, 다단계의 유혹을 피할래가 피할수가 없습니다. 거기다가, B 입장에서는 A 에게서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 약속한 사항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C를 쥐어짜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보통 업체 B는 A같은 업체들을 아주 많이 '모시고' 있기 때문에 (그것도 제한된 인력으로요) C같은 업체도 아주 많이 거느려야 합니다. 

 

 

 

문제는 이 다단계의 맨 아래쪽에 있는 업체가 이 다단계에서 탈출할 가능성이 있느냐는건데요. 다단계의 속성상 먹이사슬의 위쪽에 있는 업체가 꼬장을 피우기 시작하면 그나마 받아먹고 있던 일감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죠) 성공적으로 솔루션 업체로 변신하지 않는 한, 가능성은 굉장히 많이 떨어지죠. 게다가 하도급 일감들을 오래하게 되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져서 '솔루션 업체로서의 변신' 같은 건 꿈도 꾸지 못하게 됩니다. 

 

 

 

물론 개발자들 가운데는 이런 상황에서 탈피하고자 프리렌서로 전업하기도 합니다. (중급 이상의 개발자 분들이 특히 이렇습니다. 이런 프리렌서 개발자분들이 어떻게 일거리를 수주하는지는 네이버 '외주까페' 같은 곳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이런 프리렌서 개발자들이 모여 금융권 전산시스템을 고도화하기도 한다는 것은, 개발할 사람에게도 그렇고 최종 소비자에게도 그렇고, 다소 안타까운 일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시스템 개발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께 누가 될 수도 있어서, 더 이상의 말은 아끼겠습니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1) 등급제는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이 더 많다

 

(2) 용역 단가가 더 낮아지지 않게 할 방법이 필요하다 

 

 

 

등급제는 폐지해버리면 간단하겠습니다만, 용역 단가가 더 낮아지지 않도록 하려면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을 접을 수가 없어서 하도급 업체로 변신하는 회사들이 나오지 않도록, 투자 요건은 보다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되고요. 하도급 생활을 오래 한 업체들이 스스로 '솔루션 업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용역 시장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죠. 용역은 사실 '남의 솔루션'을 '내 몸을 대서' 대신 만들어 주는 행위입니다. 그 시장이 줄어들려면 자기 솔루션을 보유한 업체들이 많이 생겨야만 하죠. 

 

 

 

그리고 사실, 그런 '솔루션' 업체들이 활성화 되려면, 일단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시장성이 있는 행위라는 것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뭔가 조그만 회사가 그럴듯한 솔루션을 만든 것을 발견하면 그 회사를 제값주고 인수하기 보다는 비슷한 솔루션을 용역주고 개발해서 출시한 뒤 망하게 만들어 버리는 방법을 구사해 왔기 때문에 (묵념) 솔루션 활성화 보다는 용역 활성화에 더 기여해 왔다고 보는 것이 옳죠. 해외처럼 솔루션 업체의 창업이 활성화되려면 (그야말로 기술창업이죠) 대기업도 생각을 좀 바꾸는 것이 옳습니다. 대기업이 나서서 투자를 해야 하고, 투자가 잘 된 것으로 판단되면 M&A를 하던지 회사를 키우던지 하는 방식으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지 않으면 다단계 하청구조는 끊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등급제나 '개발자 10만 양병' 같은 삽질성 정책은 좀 그만 내놓고, 좀 더 그럴듯한, 그러니까 실제로 하도급 업체를 뛰어다니며 만나본 냄새가 좀 나는 정책을 내놓도록 애쓰는 것이 좋겠어요. 

 

 

 

이 글은 수시로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좋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출처: http://www.buggymind.com/528 [Extremely Agile]

[출처] 다단계 하청구조는 왜 생기나? |작성자 스케베 사오리






  • 찔러찔러Best
    17.10.07
    그리고 그 위로 가면 그 꼭대기 위에는 대기업 계열사 임직원 중에 조단위로 해 쳐 먹는 개새끼가 있고. ㅋㅋㅋㅋㅋㅋ

    엘지25시 프랜차이저에도 이사새끼덜 한해에 얼마 버는 줄 알어? 한 4~5년에서 길면 10년이면 조 모으는 레벨로 인건비 후려친다.

    그런 개새끼덜이 있는한 이 나라에 정의라는 것은 있을 수 없고, 되려 명박이 새끼와 그 하수인 도당새끼와 거기에 붙어먹는 법조개새끼, 깡패새끼, 보지창년 그런 것들이나 행사하는 행사하신다고 아이고 어르신 이런 개새끼덜의 사회가 헬조선인거다.
  • 임금은 먹고살기에 충분한정도로 주고 ..... 근로시간도 생각보다 길지 않으면 ....일하다 다쳐도 책임지고 보상하면, 아무리 하청업체라도 ...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지않을까 싶다 .
  • 교착상태
    17.10.07
    ㅇㅇ 나도 중급 개발자 달고 개미지옥에서 탈출했다
  • 시발넘아
    17.10.07
    그렇게 돌려막기하다가 언젠가 터지는게 헬조선이지.
  • 그렇군요. 

     
    개발자 계급제와 단가문제로 후려치기 위해 하급개발자로 어떻게건 몰아넣으려는 문제
    회사 청산이 어려워서 망해야 할 좀비회사들이 어떻게건 연명하는 문제
    중간에 남겨먹을 게 많기 때문에, 어떻게건 하청을 주는 게 일 안하고 돈버는 지름길이다.
    개발자들의 문제 - 중급 개발자까지 버티면 된다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것.
     
     
    이렇게 요약이 되네요.
     
    결국 이 부분은 제도적 문제와 개발자들의 태도의 문제인데, 제도적 문제의 경우에는 지배자들이 착취발악하기 위해 만들어 낸 제도인만큼 자체적으로는 개선의 여지가 크지 않을 것 같네요. 게다가 중급개발자라는 작은 탈출구 덕에 각자도생하려고 하는 경향도 있구요.
     
    역시나 따져보면 헬조선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
    조센숭 지배자들의 억압적인 중소죽이기와 등급제나 기업해산 등 사업규제 분야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는군요. 결국에는 헬조선이 망해야 해결될수도?
  • 찔러찔러
    17.10.07
    그리고 그 위로 가면 그 꼭대기 위에는 대기업 계열사 임직원 중에 조단위로 해 쳐 먹는 개새끼가 있고. ㅋㅋㅋㅋㅋㅋ

    엘지25시 프랜차이저에도 이사새끼덜 한해에 얼마 버는 줄 알어? 한 4~5년에서 길면 10년이면 조 모으는 레벨로 인건비 후려친다.

    그런 개새끼덜이 있는한 이 나라에 정의라는 것은 있을 수 없고, 되려 명박이 새끼와 그 하수인 도당새끼와 거기에 붙어먹는 법조개새끼, 깡패새끼, 보지창년 그런 것들이나 행사하는 행사하신다고 아이고 어르신 이런 개새끼덜의 사회가 헬조선인거다.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정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공지 헬조선 관련 게시글을 올려주세요 73 new 헬조선 9195 0 2015.09.21
7418 라떼 180은 아니지. 80이지 씨부랠. newfile John 13 0 2023.01.13
7417 뜨학 씨이벌~~ 여태 오해하고 있었다. 덜덜덜. 실크로드는 죽음의 길이다. 3 new DireK 99 1 2018.09.07
7416 뜨듯한 불지옥 본격적으로 시작!!!「20代한테도 "名退해라"… 구조조정 칼바람」 19 new 왕의귀환 409 9 2015.12.12
7415 뜨끔하네요 ㅎㅎㅎ 12 newfile 너무뜨거워 202 2 2016.08.19
7414 뚱뚱해진 내 몸, 원인은 내가 아닌 사회? 비만은 미국 개새끼덜 탓이다. newfile John 36 0 2023.09.11
7413 뚝배기 사랑 1 new 똘똘이 102 0 2016.02.06
7412 똥푸산인들이 2찍 해주니까 SRT 열차나 강원도로 빼돌린다고 칸다. new John 25 0 2023.09.11
7411 똥푸산이 멸망한 이유는 마약경제가 망해서라고 칸다. 2 new John 52 0 2023.12.18
7410 똥푸산의 은마아파트. 남천동 삼익비치 newfile John 18 0 2023.11.07
7409 똥푸산을 글로벌 허브 도시로 만들어준다고 카면서 면세역외로나 만들려고 개수작. 1 new John 19 1 2024.02.14
7408 똥푸산에서 임신을 하는 순간 이미 반은 조지뿐기다. new John 73 0 2023.05.26
7407 똥푸산에 소싯적에 참전용사 많았다고 칸다. new John 24 0 2023.06.30
7406 똥푸산놈이 설명하는 조폭영화 뜨거운 피. newfile John 41 0 2022.06.26
7405 똥푸산 하나 탈출 못한 버러지새끼가 러시아 걱정ㅋㅋㅋㅋㅋ new 40대진보대학생병신존 20 0 2022.05.11
7404 똥푸산 촌구석 도태된 개븅신새끼가 허찔리고 한다는 소리가 러시아보지 ㅋㅋㅋ new 40대진보대학생병신존 13 0 2022.04.24
7403 똥푸산 지잡새끼야 느그 페미대장 박지현 비대위원장님께서 느그들 꺼지라는데 3 new 40대진보대학생병신존 17 1 2022.05.26
7402 똥푸산 지잡대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서 남이 미국 유학한걸로 지랄하네 ㅋㅋㅋ new 40대진보대학생병신존 32 0 2022.05.14
7401 똥푸산 좆소에서 뒤질날만 기다리는 새끼가 뉴요커걱정ㅋㅋㅋ new 40대진보대학생병신존 8 0 2022.06.11
7400 똥푸산 좆소새끼 바람과는 다르게 찢재명 낙선위기 ㅋㅋㅋㅋ new 40대진보대학생병신존 12 0 2022.05.23
7399 똥푸산 좆병신 어저미 새끼들은 대하이햄 좆이나 빨아라 ㅋㅋㅋ 2 new 40대진보대학생병신존 36 0 2022.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