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매슬로우 욕구 5단계설을 이용해서 설명부터 해줄게.
생리적 욕구(5단계)가 가장 낮은 단계고, 자아 실현의 단계(1단계)가 제일 높은 단계다.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1단계에 속하는 국가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관하다. 미국이나 북유럽 쪽에 2단계, 존경욕구 단계를 노리며 올라가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들은 3단계 욕구인 사회 소속감의 욕구까지는 성취를 한 셈인거지.
물론 특수한 케이스야 가끔 보이지만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커뮤니티의 사람들에 의해 존경의 욕구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꿈이 있는 상태지.
일본은 현재 4단계 안전의 욕구를 달성한 상태에 있다. 사회 소속감이 있는 상황은 아니나, 먹고 쉬고 육체적으로 딱히 커다란 욕구가 존재하지는 않는 상태를 뜻한다. 그래서 프리터족이니 히키코모리, 캥거루족 같은 사회현상이 늘어나는 것 이겠지.
반면에 헬조선은 5단계 욕구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한 개인의 생존이 달려있는 상황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오늘 먹을 것, 오늘 잘 곳이 달려있는 마당에 무슨 꿈을 가질 것이고, 뭔 소속감을 가지고 싶어 하겠나? 그냥 살아남는 것이 제일 중요한데 말이다. 일본 정부나 언론은 사회로부터 단절되는 개인을 걱정하지만, 헬조선 정부나 언론은 아예 관심조차 없지, 있다 하더라도 착각들을 하고 있지, 일본하고 같은 단계인걸로 말이다.
우리세대가 처한 단계는 생존이다. 생존. 뭔가 사회적 욕구가 아니라 생존이 가장 우선시 되고 있는 형국이다.
중세 잽랜드는 적어도 그 봉건주의적인 질서라도 어느정도 잡혀있고, 사회적 기반이라도 제대로 설립되어 있는, 일단 국가의 형태는 잡고 있는 그런 나라라면, 이곳 헬조선은 말 그대로 무질서(Anarchy) 그 자체다. 실제로 대통령도 지금 없는 상황이다. 조만간 닥쳐올 경제대란은 정치판을 쓸모없는 소모전의 수렁으로 끌어들일 것이며, 기업들은 모두 해외투기자본세력에 의해 갈가리 찢겨나가 해체될 것이고, 서민들은 직업을 잃고,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질 예정이다.
이런 무질서(anarchy)로 인해 발생할 혼란(chaos)를 회피하기 위해 가장 쉽게 시도할 수 있는 것이 탈출이고, 그 탈출 중 가장 현실성있고 가장 가까운 곳이 바로 일본이기에 헬조선의 20대 30대들은 일본이 지옥의 또다른 형태임을 알면서도 일본으로 향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탈조선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환상향이나 완벽한 이상적 국가를 향해 나가는 것이 아니다.
불타오르는 대지에서 벗어나 황야로 나가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그게 탈조선의 실제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