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노인
1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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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학교에서 민주주의는 삶과 유리된 별세계의 단어다. 평등한 ‘우리’가 더불어 사는 길을 고민하는 민주주의는 교육에서 시작돼야 하지만 한국 사회 현실은 다르다. 학교 현장에서 민주주의는 작동하지 않을뿐더러 배움도 사실상 생략돼 있다. 교실이 입시와 성공을 위한 ‘전쟁터’가 된 탓이다. 

학교에서 민주주의는 몇 개 기본권과 선거절차 등을 외워 정답을 고르는 시험문제로만 만날 뿐이다. 부당한 지시도 따라야 좋은 성적을 받는다. 목소리를 낼라치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삶의 민주주의는 고민하지 못한 채 사회로 던져진다. 

■ “그냥 하라는 대로 해”

직장인 김모씨(30)에게는 쓴웃음 나오는 학창 시절 ‘추억’이 있다. 당시 고3 학생들은 재킷 앞섶을 풀고 다니면 규정에 어긋나는 옷차림이라며 벌점을 받았다. 공부하느라 체중이 불기 일쑤인 고3에겐 교복이 갑갑했다. 김씨는 학교 인터넷 게시판에 복장 규제가 부당하다는 글을 올렸다. 다음날 아침, 학년 주임교사는 그를 보자마자 대뜸 “너 같은 애들 많이 봐서 아는데 그런 비뚤어진 생각으론 대학 가도 성공 못한다”며 역정을 냈다. “빨갱이”라는 단어도 들었다. 김씨는 “내 문제 제기 따윈 가치가 없다는 듯한 선생님 태도에 모욕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런 학교 현장이 과거 이야기만은 아니다. “늦여름 비바람 추위 때문에 동복 와이셔츠를 입었는데 벌점을 받았다” “야자(야간자율학습) 시간 동안 화장실조차 갈 수 없다” 등 불합리한 규제는 여전하다.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가 2015년 ‘불량학칙 공모전’을 통해 수집한 사례들이다.

대학생 김모씨(21)는 “학창 시절은 ‘내가 내 삶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배운 시기”라며 “야자가 강제되고 학급 회의를 해도 형식적인 곳에서 민주 시민으로서 뭘 배울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이 교육을 통해 이 같은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기회조차 없다는 점이다. 우리 교육은 권리, 헌법에 대한 단순 사실 암기를 종용할 뿐, 실제 권리를 보호받지 못할 때 어떻게 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거의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취재팀이 중학 도덕(1·2), 사회(2) 교과서 18권 중 민주주의 관련 단원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의 교과서가 헌법상 권리를 단순 나열한 채 ‘빈칸 채워넣기’ 등의 문제로 끝맺었다. 기본권을 국가가 제한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해선 사례를 들어 자세히 설명한 것과 대조적이다.

■ “그거 수능에 나와요?”

한국에서 민주주의 교육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시민 교육을 같이하자고 동료들에게 제안하는데 ‘속 편한 소리 한다’는 핀잔을 많이 들어요. 인문계 고등학교의 시계는 오직 대학 입시에 맞춰 돌아가거든요.” 

“(민주시민 교육을 하자) 학생이 ‘수능 준비 안 하고 다른 이야기를 하느냐’고 하더군요.”

한국교원대학교대학원 염경미의 석사논문 ‘비사회과 교사의 민주시민교육 수행양상에 관한 연구’(2017)에 담긴 교사들의 토로다. 이처럼 무엇보다 입시라는 벽이 교사·학생 모두를 짓누른다. 신성호 전교조 참교육실장(고등 사회교사)은 “수능과 내신 모두 객관식이라 거기에 맞춰 수업할 수밖에 없다”며 “체험·토론 학습을 하려고 해도 학생들이 ‘진도 안 나가느냐’고 해서 시도도 힘들다”고 말했다.

여기에 교실을 ‘정치적 진공’ 상태로 만들려는 압박도 작용한다. 경기도교육청 교과용 인정도서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2013) 편찬에 참여했던 ㄱ씨는 “강정마을, 천안함 등의 이슈는 모두 심의진의 반대로 사라졌고 심지어 노동 관련 단원의 인물탐구에 전태일을 넣는 것까지 거부당했다”고 했다.

■ 민주주의는 ‘한가한 소리’

모든 것이 입시로 이어지는 학교에서 성적은 ‘목소리 낼 자격’을 의미하기도 한다. 서울 자양고 수학교사 박동익씨는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궁금한 것이 생겨도 ‘공부 잘하는 애들 발목 잡을까봐’ 질문도 꺼리는 분위기”라며 “자신은 질문할 자격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을 통과한 이들만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세뇌하는 한국 사회에서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다’는 민주주의 교육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곧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아들을 둔 이모씨(46)는 “나도 (아이에게) 여유를 갖게 하고 싶지만 애가 나중에 ‘88만원’ 받고 쪽방에서 고생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든다”며 “우리 애는 11시면 자는데 애 친구는 학원 갔다가 12시에 온다는 걸 알고나니 초조해지더라”고 말했다.

밟고 밟히는 경쟁의 세계에서 아이들은 민주주의를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 


 

■선진국, 단답형 없는 교과서…직접 토론·실천 수업 - 해외 민주주의 교육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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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선 열 개의 틀린 생각이 하나의 바른 주먹보다 낫습니다.”

프랑스 초등학교 고학년용 <시민교육> 교과서 ‘토론’ 단원에 소개된 4컷 만화 속 문구다. 상황 속 인물들은 “응” “아니야”를 끝없이 반복하지만 공방을 강제로 멈추는 어떤 ‘주먹’도 등장하지 않는다. 다른 의견들이 모여 합의를 만들어가는 지난한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라는 것을 간명하게 보여준다.

독일의 중학생이 배우는 <실제정치> 교과서 서문 역시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선 필연적으로 문제와 갈등이 생겨나게 된다”는 말로 시작된다. 

다만 이 갈등을 없애는 방법은 강한 리더가 등장해 의견을 평정하거나 약자들 입을 막는 것이 아니다. 교과서는 민주주의를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결정을 내리는 제도”로 정의하고, 학생들에게 “여러분이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함께 참여, 결정을 하는 것을 배워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프랑스·독일 등의 학교에서 우리나라의 초·중·고등학교 나이대 청소년들은 민주주의를 실제 생활과 밀접한 사례를 통해 배운다.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직접 겪는 문제를 고찰케하고 토론을 통해 해결방안을 찾아 실천하는 것까지 요구한다. 

우리나라 교과서처럼 ‘단답형’으로 쉽게 답할 수 있는 문항은 아니었다. 각 사안에 대한 통계, 인터뷰 등 관련 자료를 실어 깊이 있는 성찰이 가능하다. 

그리고 문제 수행을 통해 무엇을 고민하고 깨달았는지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도록 한다. 독일의 교과서는 노동시간 유연화를 다루면서 학생들에게 ‘변형 수업시간 모델’ 계획을 입안해보고 제안·토론하도록 한 탐구문제를 싣기도 했다.

해외 교과서 속 질문 가운데 누구나 생각해볼 수 있을 만한 질문을 발췌, 정리해 지면에 싣는다(그래픽 ‘함께 생각해봐요’). 우리가 학교에서 미처 배우지 못한 문제들을 되살펴보는 의미에서다.

“학교에서 여러분은 두려움 없이 읽고 쓰고 선생님에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자유는 모든 어린이들의 권리입니다.”(프랑스, <시민교육>, 초 4~5학년)


<김지원·정대연 기자 [email protected]>






  • 달마시안
    17.02.22
    꼴찌도 행복한 교실이라는 책 읽은게 기억나네요. 독일의 교육방법을 보며 역시 선진국은 다르구나 생각하게 되네요. 남조선은 그렇게 되려면 갈갈이 멀어 씁쓸하네요. 일단 2018년에 갈아엎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 노인
    17.02.22

    파리의 택시 운전사 저자도 헬조선의 억압적인 학교 분위기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었죠

  • 교착상태
    17.02.22
    그냥 샌징이 라서 그런다. 뭘 배워봣어야 알지

    11시에 자는데 친구 아들은 12시에 잔다는 말울 듣고 자기 자식 걱정을 한다니 ㅋㅋㅋㅋㅋ

    조금이라도 저년이 공부라는걸 지대로 해봤으면 저딴 미친 소리는 하지를 못할텐데

    인간도 못되는 센숭이 김치년이라 답이 없다.


    센숭이는 그냥 셍숭이 처럼 살아라

    인간 대접 못받는다고 불평좀 하지말고
  • ㅇㅇ
    17.04.29
    어릴때 안(못)배운 민주주의를 성인이 돼서 배우는 나라임. 그래도 못배우면 평생 노예로 사는거고. '비뚤어진' 생각 가지면 성공 못하는 나라는 조센밖에 없을듯. 꼰대마인드 안가지면 빨갱이 소리까지 듣는 대~단한 나라 헬조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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